평소에는 느긋한 아침을 보내는 우리 부부가 목요일 아침만 되면 분주해진다. 딸이 출근하면서 손녀를 맡기는 날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보릿물과 이부자리를 준비하는 동안 남편은 부지런히 청소를 한다. 올 시간이 가까워지면 남편은 문밖에서 손녀가 오기를 기다리고 난 도착하면 먹일 아침을 준비하며 가슴이 설렌다.
이런 마음을 우리 손녀는 알까? 아이를 품에 안고 들어오면서부터 우리 부부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잘 먹는 모습이 예뻐서, 우릴 보고 눈을 맞추는 모습이 좋아서, 맘대로 안된다고 떼를 쓰는 모습이 귀여워서, 졸려서 징징대는 모습에다 곤히 잠든 천사 같은 모습까지 어느 것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 우리는 서로의 전화기에 연신 사진을 저장한다.
딸 아이는 자기 아빠 얼굴에 이런 표정이 있었는지 예전에는 몰랐다고 할 정도다. 세상의 모든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럴 것이다. 언젠가 교회의 집사님이 손주를 보는 날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딸이 아프냐고 묻길래 손주를 못 보게 할까봐 알러지라고 하셨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렇게까지 손주를 보고 싶으시냐고 여쭈며 웃었었는데 지금은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이렇게 귀한 생명을 보내주셔서 내 자녀를 키울 때와는 또 다른 기쁨을 맛보게 하시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내게 허락하셨다는 것이 매순간 감사하다. 요즘은 친정 부모님까지 매주 오시는데 어쩌다 일이 있으셔서 증손녀를 못 보시는 날은 얼마나 아쉬워 하시는지 모른다. 부모님이 건강하셔서사 대가 함께하니 이 시간들이 더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생기 넘치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리도 젊어지는 느낌이다. 보기만 해도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행복 바이러스다. 이제까지도 잘 자란 아이들에게 늘 고마웠지만 딸에게는 손녀를 안겨준 것이 최고의 효도라고 종종 이야기한다. 옛날 우리 아이들이 자랄 때 어른들이 손주 자랑을 하려면 돈을 내고 하랬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돈을 주면서 하지 못하게 한단다. 그만큼 모든 어른들의 마음이 똑같다는 뜻일 게다. 나는 비교적 젊은 할머니에 속하다 보니 누가 물어보지 않으면 자랑하고 싶어도 말을 삼킨다. 손녀를 보는 하루는 왜 이렇게 빨리 흐르는지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벌써 보고싶다. 기다리는 일주일이 너무 길어 내일은 영상통화를 해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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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옥(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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