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을 내다본다. 영글어가는 토마토가 기특하고, 맛있게 따 먹은 오렌지도 고맙고, 날아든 새들도 반가운데, 뭔가 허전하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작년 이맘 때 꽃으로 단장을 하던 때랑 비교가 돼서 그런 거였다. 솔직히 꽃이 없어 허전한 것이 아니고, 꽃단장하던 때의 그 설렜던 마음이 기억나면서 꾸역꾸역 밀고 올라오는 친구와의 추억 때문이다.
꼭 1년 전 친구가 왔다 갔다. 막역한 친구가 온다니 마당에 꽃화분도 사다 놓고, 욕실 청소에 침구까지 새로 장만하면서 부산을 떨었다. 근처 호텔에 묵는다는 애를 옛날처럼 식구들 사이에 껴서 같이 자자고 꼬드기고 나서는 친구맞이 대청소와 여행 갈 계획을 세우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분주했었다.
중 2 때, 학교가 끝나면 우리 둘은 버스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척하면서 전파상에서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듣고 수다를 떨다가, 주변에 학생들이 다 없어지고 나면 그 친구 집 방향의 버스를 타고 같이 나갔다가, 나는 중간 지점에서 다시 돌아오곤 했었다. 그러고는 또 집에 와 전화를 걸고, 그것도 모자라 밤에는 편지를 써 주고받았다. 중 3이 되어 체력장 준비를 하다 쇄골이 부러진 친구는 조끼 모양의 깁스를 한 탓에 가방을 들 수가 없었다. 그 핑계로 친구가방을 들어다준다면서 늘 친구 집으로 가 놀다가 집에 돌아오곤 했다. 고등학교를 서로 다른 곳으로 갔지만 나는 학교가 끝나면 친구네 학교까지 가서 학교 문 앞에서 기다리곤 했다. 친구가 재수를 할 때도, 대학을 가서도 늘 근처에 가서 만나곤 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이유로 친하게 되었는지는 도통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러다 작년에 만나서야 왜 우리가 그렇게 친해졌는지 깨닫고서는 서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우리가 친해진 이유는 우리가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떨어져 지냈는데도, 옆에서 보는 아이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말투가 똑같았다. 게다가 생각하는 것까지 똑같았다. 한 술 더 떠서 한밤중에 나가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똑같았다. 친구가 와 있는 동안 우리는 한밤중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행복해 했다.
마당을 내다보며 작년에 있던 꽃화분들을 떠올리다가, 행복종합세트 선물로 내게 왔던 친구를 기억하며 감사함과 그리움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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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란(교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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