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 프리웨이를 운전하고 가다보면 캐스트로밸리와 샌리앤드로 즈음에서 잠시 한눈을 팔게 된다. 그곳에서는 멀리 샌프란시스코가 아스라이 보이고, 베이 지역 주택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어느 날 새벽, 여명조차 없는 시간에 그 지점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주택가 불빛들이 마치 성탄 트리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그 아름답고 고요함 속에 집집마다 잠들어 있을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 그런데 문득 느닷없이 나는 지금 건강한 몸으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지만, 밤사이 어느 집에서는 아픈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어느 집에서는 불의의 사건으로 고통에 휘감겨 쓰디쓴 밤을 보낸 집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속이 보이지 않는 주머니 속에 불행의 공 1개, 행복의 공 9개가 있어서 10명의 사람이 공을 꺼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면, 내가 오늘 행복의 공을 꺼냈다 해도 언젠가는 불행의 공을 꺼낼 수 있기에 행운을 행복으로 여기지 않을 것 같다. 그러면서 불행의 공을 고른 사람에게 오늘 하루 잘 견디자며 격려도 하고, 그 불행을 조금이라도 나눠지고 내 행복을 건네주려고 노력도 할 것 같다. 그래야 내가 불행의 공을 꺼냈을 때 그들도 나를 도와줄 테니 말이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다, 행복의 공을 쥔 9명이 불행의 공을 쥔 1명을 도와준다면 매일매일 10명이 모두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에 이르렀다. 불행의 공을 꺼낸 사람이 누군지 모르더라도 그의 고통을 미루어 짐작하여 그를 위해 기도하고, 내 곁에 가까이 있는 어려운 사람이라도 도와준다면, 누군지 모를 불행의 공을 집은 사람에게 내 작은 도움이 파장이 되어 전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 파장을 전해 받아서 그가 조금 위로를 받고, 그런 위로가 쌓이고 쌓여 그의 하루가 행복해지는 상상을 하니 내 마음도 따뜻해져왔다.
그날 왜 갑자기 그런 생각들이 떠오른 건지 모르겠다. 아침잠 많은 사람이 새벽에 일어나 제 정신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론은 다른 이의 불행을 보고 나는 다행이라고 느끼는 싸구려 행복이 아니라, 다른 이의 불행을 나눠지고 행복을 나눠주면서 함께 느끼는 행복이 참행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580 프리웨이 바로 그 지점에서는 이 생각을 마음에 다시 한 번 떠올리고 새기기 위해 운전 중에도 한눈을 판다.
<송일란(교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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