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고 다니냐?”
영화 ‘살인의 추억’(2003년)에서 극중 박두만(송강호 분) 형사가 유력한 살인 용의자(박해일 분)를 증거 부족으로 풀어주면서 했던 이 말은 명 대사로 손꼽히고 있다.
해석이야 어떻든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은 우리네 일상의 인사말이면서 실존을 그대로 드러내는 표현임에는 틀림없다. 연쇄살인범이라도 실존이자 생존의 영역은 일정 부분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박 형사의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은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먹는다는 것과 산다는 것이 서로 분리된 삶의 영역이 아니라면 결국 밥의 문제는 삶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주와 노동자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은 밥의 문제이다.
밥이 걸린 문제는 대립과 긴장 관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임금은 밥의 문제이자 삶의 문제이기에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고용주와 노동자의 입장은 서로 첨예하다.
해마다 인상되는 LA 최저임금에 대해 고용주들은 가격 인상으로 맞선다.
요식업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하는 곳이 늘어 지난해에 비해 평균 15~20% 정도 음식값이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에 노동자들은 실질 임금은 오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임금인상폭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연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노동자의 올해 2분기 임금은 전년 동기대비 0.6% 줄었다. 여기에 물가 인상과 렌트비 인상 등을 고려하면 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다.
한국도 최저임금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7.41달러)으로 확정되자 고용주와 노동자 양측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고용주의 입장에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어 문을 닫아야 할 판국이라며 최저임금 정책에 불복종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노동자도 불만이긴 마찬가지다. 올해 대비 인상된 시급 8,350원은 월 174만원(1,543달러)으로 최저 생계비에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내년을 버틴다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다시 밥 이야기로 돌아가자. 밥과 관련된 또 다른 표현 하나가 있다. ‘밥그릇 싸움’이 그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고용주와 노동자의 갈등과 대립 상황을 빗대어 하는 말인데 자주 사용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주와 노동자들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나의 문제이자 나의 삶과 관련된 문제다. 고용주와 노동자가 내 부모, 내 형제자매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급여를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기에 최저임금은 결국 내 밥의 문제이고 내 삶의 문제이다.
사족 하나. ‘밥은 먹고 다니냐’라고 말한 박 형사는 ‘죄는 미워하되 죄인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범인에게 연민을 느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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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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