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이모가 한 명 있다. 어려서부터 쭉 같이 살아온 엄마의 동생이자 나와 내 동생에게 하나밖에 없는 이모다. 내 나이 서너살즈음 동네 아줌마들이 내게 물어보았다. “주성아, 너희 이모 이름이 뭐니?”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도 이모라고 부르고, 할머니도 엄마도, 동네 사람들도 이모라고 부르는 걸 보니 우리 이모 이름은 ‘이모’고 내가 김주성이니 이모도 ‘김’씨.’ 나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김이모요”.
어느 날 내가 이모에게 이모는 무슨 띠냐고 묻자. 이모 왈 “사람 띠”. 그런 띠가 어딨냐고 했더니, 세상에 자기 하나밖에 없는 띠란다. 나는 그 말을 아직도 철석같이 믿고 있다.
이름은 이모요, 띠는 사람 띠인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 이모는 나에게 참 특별하다. 어려서 내가 동생을 보아 무너진 나의 하늘을 받쳐준 사람이 바로 우리 이모였고, 학교에서 바지가 찢어져 집에 전화를 걸면 달려오는 사람도 이모였다. 나에게 주산과 암산, 수학과 영어, 사회와 과학을 가르쳐준 사람도, 고3때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면 안마로 나를 깨워 늦은 나를 위해 김밥을 싸서 내 손에 쥐어준 사람도 이모였다. 내가 대학에 떨어져 좌절할 때 나를 격려해주고,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할 때 조언을 해준 사람도, 내가 밤늦게 들어오면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도 우리 이모였다. 지금도 한국에 가면 공황에 바쁜 식구들을 대신에 나와 있는 사람도 역시 이모다. 서정주 시인의 시처럼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이모였다’.
우리 이모는 머리는 굉장히 좋지만 길치고 계산은 잘 하지만 돈도 잘 떼인다. 깍쟁이처럼 보이지만 사기도 잘 당하고, 어수룩하지만 고집이 세다. 손끝은 야무지지만 발끝은 둔해서 잘 다친다. 그러나 그 마음만은 한없이 도타운 사람이다.
나에게는 남동생이 하나 있다. 즉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모가 없다. 그래서 아이들도 ‘내 이모’를 이모 할머니라 부르지 않고 ‘이모’라고 부르며 자기 이모라고 우긴다. 우리 이모의 이름은 정말로 ‘김이모’인가 보다. 모든 사람들에게 이모라고 불려지게 되는 것을 보니 말이다.
만화 짱가의 노래처럼 ‘어디선가 주성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달려오는 이모는 나의 히어로이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쭉 변함없는 나의 히어로인 우리 이모.
나에게는 히어로인 김이모가 한 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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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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