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 설레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던 글이 어느덧 따가운 여름 햇살의 중턱에 올라서며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땐 설렘과 두려움 또 한편으론 내 스스로도 낯설고 부족함이 많아서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려니 했는데 글은 여전하고 이렇게 아쉬움만 남는 마지막이 되었다.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흐른다더니 이렇게 속절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나이에 따라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나이가 들수록 삶에서 느끼는 속도는 더 빠르다는 말일 것이며 그 말은 내게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학창시절 난 글을 쓰는 게 좋아서 항상 문예반을 선택했었다. 같은 주제를 주면 각각 다른 생각들을 글로 펼쳐내며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참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졸업하고 결혼하고 나서는 연주와 가르치는 일에 아이들까지 키우면서 다시 글을 써 볼 엄두도 내지 못했고 그럴 만큼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그러던 내가 큰딸의 아픔으로 인해 육아 수기도 쓰게 되고 칼럼도 쓰면서 어린 시절 가졌던 글 쓰는 즐거움을 잠시나마 맛볼 수 있었다.
지난 석 달 내게 주어졌던 이 기회는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즐거운 숙제를 하는 기분이었고, 무심히 지나치던 일상들을 되돌아보며 반성도 하고 또 함께 나누는 시간이기도 했다. 부족한데도 잘 읽었다 격려해 주시는 교회 식구들, 신문을 오려다 주시며 응원해 주시는 장로님, 남편을 통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교회 권사님들, 멀리 동부에서 웹사이트까지 찾아가 읽어주는 오빠네 식구들, 주말이면 제일 먼저 읽으시고 전화해 주셨던 부모님......이렇게 함께 공감해 주시는 많은 분들과 가족들이 계셨기에 그래도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마음에 묻어두기만 했던 생각이나 주변의 소소한 일상들을 앞으로는 글로 남겨서 훗날 그 순간들을 기억하며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해야겠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글을 통해 만났던 많은 분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되었지만 잊고 있었던 글 쓰는 즐거움을 일깨워 주고 소중한 기회를 준 한국일보에 감사드리며, 읽어주신 많은 독자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양주옥(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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