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딸 아들 딸 순서대로 이렇게 세 아이가 있다. 모두 세 살 터울인데 그중 첫째 딸애가 곧 중학교 2학년이 된다. 내가 소위 그 제일 무섭다는 중2의 학부모가 되는 것이다. 아직 사춘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지 않으나 아이와의 관계 때문에 힘들다는 또래 엄마들의 하소연들이 많으니 벌써 긴장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 셋이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큰딸은 유독 자신이 한국인임을 좋아하고 자랑스러워 한다. 그래서 자신은 영어보다 한국어가 편하다고 말하는데 아마도 진심이 담긴 바람이라 생각된다. 신기한 것은 밑으로 두 아이는 별로 관심도 없고 겨우 울며 겨자 먹기로 한국학교에 다니며 한국말만 고집하는 엄마와 겨우 의사소통을 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다 같은 엄마 뱃속에서 나왔어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처음에 남편은 내가 큰딸에게 특별교육이라고 시키는 줄 았았단다.
이번에 딸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산호세에서 여는 콘서트를 딸과 둘이서만 다녀왔다. 딸 아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마음으로 보호자 겸 함께 갔는데 막상 가 보니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인파가 모였다. 수많은 사람이 해뜰 때부터 진을 치고 기다렸던 모양이다. 한국 사람들도 많이 보였지만 미국에 사는 다른 민족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이 정도인 줄 몰랐는데 정말 케이팝의 인기가 대단하구나’. 좌석이 있는 티켓을 사고도 아이가 일찍 들어가고 싶다는 말에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을 함께 서주는 것도 이색 데이트였다. 야광봉을 흔들며 환호하는 딸아이를 보고 있자니 내 어린 날의 추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아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다. 온 방에 사진으로 도배를 해 놓고 커서 그 가수를 꼭 만나겠다고 말하던 13살 소녀의 꿈은 세월과 함께 잊혀졌구나. 아 영원할 것만 같았던 마음은 어디로 갔던가? 그시절 함께 까르르 웃어주고 내 팬심까지 응원해주던 나의 벗들은 어디로 갔던가?
이제는 딸의 모습이 그 시절의 내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언젠가 내 딸 역시도 이런 추억의 대물림을 하고 있겠지. 오늘 밤은 그때로 돌아가 보는 거야. 딸과 함께 야광봉을 열심히 흔들며 소리 질러 본다.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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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씨는 한국에서 웨딩 플래너로 활동하다가 결혼 후 미국에 왔다. 세 아이를 키우는 일에 전념하다가 5년 전부터 트레이시 한울한국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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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한울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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