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짬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일상인데, 가까운 몇 년 동안 나에게 여행이란 축복이 넘치게 주어지고 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하지만 난 여행이 참 좋다. 창조의 신비로움으로 언제나 나의 자리와 다른 멋을 선물해주기 때문이다.
친정 어머님께서 막내딸인 내가 사는 미국으로 오신 지 19년째이다. 어딜 가나 꽃이 만발한 미국이 좋으시다고, 그리고 매일 허둥지둥 뛰어다니는 막내딸을 위해 도우미를 자처하시며 그렇게 어머님은 미국 생활을 시작하셨다. 현재 95세이신 어머님은 6년째 중증 치매로 침상 생활을 하고 계시고, 한국에 계신 네 분의 오빠와 올케들이 매년 엄마를 뵙기 위해 우리 집을 방문한다. 그러면, 나와 남편은 어머님을 모신 노고와 수고를 인정받아 휴가라는 포상을 얻어 오빠 부부에게 우리의 자리를 내어 드리고 짐을 챙겨 여행길에 오른다. 장모님을 돌보느라 항상 수고하는 남편을 위해서라도 바쁜 스케줄을 뒤로 하고 어떻게든지 비행기에 올라 상공에서 멀어져 가는 삶의 터전을 바라보며 잠시 다른 세계 속으로 날아간다.
요즈음은 특히 바다를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가는 곳마다 너무나 다른 바다색을 보면서, 형용할 수 있는 어휘력 대신 가능하다면 내가 보았던 곳곳의 바다색을 사진으로 첨부하고 싶었다. “푸른 바다”라는 표현으로만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큰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 일로 방문했던 버뮤다의 바다색은 결코 만나보지 못했던 처음 대하는 연하늘의 푸르름이었고, 깊음조차도 한 치 앞으로 보이는 맑음이었다.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 빛나던 아드리아해 또한 잊지 못할 쪽빛 바다였고, 태평양 바닷물이 너무 차가워 미국 생활 35년동안 수영복 한 번 입지 못했던 내가 시간이 넘도록 물에서 나오지 않고 발을 허둥댔던 추억을 안겨주었다. 몇 주먹만한 머리 속에 멋지고 예쁘기마저 한 짙푸름을 모두 퍼담아 와서 매일 마음을 바다색으로 물들여보곤 했다. 탁해진 생각, 언어, 변질된 사랑.. 모두 깊은 바다 속에 담그니 아! 너무 시원해 곧 가슴이 시려왔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지만, 여행을 통해 그려왔던 아름다운 그림들이 퍼즐되어 마음과 인격에 풍성히 채워져 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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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 임(재정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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