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팔이라 하면 60년대에 유행하던 미국 학생들과의 편지를 주고받던 생각이 난다. 그 시절에는 미국에서 온 편지가 놀라움과 감탄을 얻던 시절이었다. 중학교 때로 기억되는데 한 반에 한두 개 정도 돌아다니는 특이한 봉투와 글씨체를 친구들 어깨 넘어 설렘으로 보던 시절이었다. 그 후 영화나 잡지를 통해 접한 동경의 나라를 직접 와서 살고 있는지도 수십 년이 되어간다. 바삐 생활하다가 세월에 밀려 별수 없이 책상에서 대부분 지내는 시간의 무료함을 나름대로 끄적인 글을 고국에 있는 동창들에게 종종 보내곤 하였다.
학창시절에는 공부는 별로였지만 문제 학생은 아니어서 그냥 조용히 다니는 나를 급우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희미한 친구로 기억할 것이다. 그런 친구가 갑자기 나타나서 별 볼 일 없는 글을 써대니 관심을 두게 된 듯하다. 몇 년이 지나서 유럽, 캐나다 등지에 사는 동창들이 수소문하여 연락이 오게 되었다. 전화를 받다 보면 제일 처음 어려웠던 것이 말을 놓기도 어렵고 존댓말을 쓰기도 어려운 순간이 이어진다. "여보게! 반세기가 지났다고 지구가 네모나게 변한 것도 아니고 학창시절로 돌아가서 둥글둥글 편히 이야기하자고! "하며 예방주사를 놓아주고 어린 시절의 말투로 돌아간다.
그중에 오레곤주 포틀랜드에 사는 친구와 반갑게 통화 후 종종 소식을 전하고자 하니 의외에 답변이다. 자기는 바쁜 생활과 구형 핸드폰이고 집사람은 아이폰에 익숙하니 카톡을 통해서 자기 부인과 연락을 취하라는 말에 약간 당황은 했지만, 알겠네! 하였다. 한 달 후 궁금 하여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여자분에게 조심스럽게 카톡을 보냈다. 그때의 심정이란 첫사랑 여인에게 말 걸 때만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서 ‘톡톡’ 쳐 보냈다.
그 후에 자주 카톡으로 친구의 안부와 함께 소식을 이어가고 있다. 친구의 제안으로 시작된 인연이고 전화 한 통 없이 2년이 되어가는 요즈음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21세기에 ‘얼굴도 몰라요, 성(?)도 모르는’ 가장 원시적인 펜팔이라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지난번 '옐로스톤'에 갔다 와서 집사람과 함께한 사진과 관광 사진도 몇 장 보냈다. 가끔 어떤 모습인지도 궁금하기에 나와 비슷한 마음일 것으로 생각하고 보낸 것이다. 나 역시도 친구의 옆지기 모습도 보고 싶지만 보내주면 받고 아니면 어떤가! 좋은 글과 정성껏 내린 모닝커피, 복날에는 맛있는 삼계탕, 더운 날에는 무릉도원에 온 듯한 풍경 사진과 시원한 계곡물도 끼얹어 주니 우리는 행복한 펜팔이다.
<방무심/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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