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을 믿는다. 너무 단순화시켰는지 모르겠지만, 과학의 몇가지 근본원리들도 창조 질서 속에 내재되어 있던 자연의 원리를 보물찾기하듯이 하나씩 발견해 정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nergy’와 변형을 뜻하는 그리스어 ‘Tropy’의 합성어인 엔트로피도 산업혁명시대에 열역학을 연구하던 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원리이다. 창조 이래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열역학 제1법칙에 이어, 엔트로피는 열역학 제2법칙이라고도 하는데 열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변화의 방향을 설명한 것으로, 열량을 온도로 나눈 물리량(E)이다. 엔트로피의 중요한 특징은 자연계에서 항상 증가하는 방향으로, 다시 말해 모든 현상들은 복잡해지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분자들의 운동을 연구하는 통계역학 관점에서 얘기하면, 분자의 운동이 질서있는 상태에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무질서한 운동으로 바뀔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는 현상을 예로 들면, 얼음은 분자들의 위치와 운동이 질서있는 상태, 곧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인데 녹아서 물이 되면 분자운동이 무질서의 상태, 곧 높은 엔트로피의 상태로 변한다. 일단 얼음 녹은 물은 어떤 물리적 힘을 가하지 않으면 저절로 다시 얼음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더 이상 변화가 없는 평형을 이루는 상태로 남게 된다.
192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소다는 열역학법칙이 우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정치, 경제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왕이나 독재자에게 집중된 권력은 각 개인에게로 분산되고, 재벌에게 집중된 산업도 작은 중소기업들로 나뉘고, 가난과 부의 근본도 평형의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각 개체가 다양해지며, 전체가 보다 무질서해지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이 자연의 자발적 과정이라는 것이다. 독재자는 이런 것을 막기 위해 항상 외부요인을 언급하면서 사회적 엔트로피의 증가를 억제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어느 공학자가 엔트로피의 원리로 미래를 예견했던 글을 읽고 흥미를 가졌던 이 원리가 다시 생각난 것은 ‘기무사의 계엄 안건’ 소식을 듣고서였다.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소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촛불을 들고 ‘무질서’하게 모인 것을 ‘계엄’이라는 물리적 힘을 사용하여 ‘질서있게’ 잠재우려는 시도는 증가하는 엔트로피를 억지로 낮게 만들려는, 자연의 원리를 거스르는 행위가 아닐까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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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리(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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