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이라거나 ‘군림’하려 한다는 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을 굳이 동원하지 않더라도 LA 총영사관이 최근 한인사회에 보여 준 자세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고, 문제가 있어 보인다.
윌셔사립초등학교 폐교로 불거진 남가주 한국학원 문제가 단적이다. 총영사관이 이 문제에 대처하는 자세는 한국 정부가 한인 사회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20일 남가주한국학원에서 열렸던 학교 건물활용 공청회 장면이 그랬다.
350만 달러가 넘는 한인사회의 성금과 또 그만큼의 정부 지원금으로 설립된 이 학교가 35년 만에 문을 닫게 된 사정은 한인사회가 함께 걱정해야 할 커뮤니티 모두의 걱정이고 관심이다.학교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학원측만의 문제라 할 수 없고, 거액의 지원금을 투입한 한국 정부도 무관심할 수는 없는 노릇인 것도 맞다.
문제는 한국정부나 총영사관이 거액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대책을 내놓고 선택을 강요하는 듯 해법 마련을 주도하려는 데 있다. 폐교로 유휴시설이 된 건물 활용방안을 놓고, 지원금을 줄테니 총영사관이 제시한 해법을 선택하라는 듯한 모양새는 불편하고 씁쓸하다. 또, 지원금을 장담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하지 않는 총영사의 자세도 한 계단 위에 올라서 있는 듯 보여 편치 않았다. 공청회 장면을 다시 불러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원측의 방안이 마뜩치 않을 수 있고, 불을 보듯 실패가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학원측이나 총영사관이 내놓은 방안 중 어느 것이 최선일 지가 아니다. 그 최선에 이르기까지 커뮤니티가 거쳐야 하는 절차와 과정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의욕이 지나치면 무리수가 나오고, 명분만을 앞세우면 독선이 나타난다. 학원측과 한인 사회가 함께 거쳐야 할 절차와 과정을 마치 해답을 알고 있는 냥 건너뛰려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코리아하우스’든 교육원 별관이든 필요하다면 한국 정부가 예산을 들여 설치하면 된다. 커뮤니티 논의도 시작되지 않는 마당에 지원금을 이유로 커뮤니티 자산의 향후 용도까지 총영사관이 지정하려는 듯 하는 태도는 선을 넘어선 것이다.
건물 활용문제는 학원측과 한인사회가 범커뮤니티 대책기구를 구성해 해법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마련된 활용방안 실행에 지원금이 필요하다면 한인사회는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것이고, 총영사관은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지원이 실행되도록 나서주는 것. 이것이 총영사관이 할 일이다. 그 과정에서 총영사관의 진심어린 조언과 도움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원금을 은전을 베푸는 것으로 여기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자국민이 포함된 한인 2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정체성을 심어주는 교육은 국가적 차원에서 정부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이를 대신하는 한인사회가 읍소하면서 지원금을 받아내야 하는 일이 아니다.
어깨 힘을 빼고 자세는 더 낮추는 것, 총영사관이 먼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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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정책사회팀장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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