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엄마는 늘 내게 말씀하셨다. “지현아, 사람이 명품이 되어야지, 좋은 물건만 들고 다닌다고 명품인 사람이 아니야, 사람의 진가는 눈에 보이는 겉모습이 아닌 보이지 않는 마음이고, 내실있는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이야.” 어릴 때는 이런 엄마의 말씀이 당연할 줄로 알았다. 그 말씀의 무게와 그 깊이에 대해서는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유학을 오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말씀이 내가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야 할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미국에 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들었던 질문 중 가장 놀랐었던 것은 한국 어느 지역에 사니? 아버지가 뭐 하시니? 연봉이 얼마시니? 너의 남자친구 집은 잘사니? 등등이었다. 물론 만났던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였으며, 그 단순한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서울이 아닌 인천에 산다는 이유로, 나를 무시 아닌 듯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고, 아버지가 뭐 하시는지를 알고 나를 이전과 다르게 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연봉과 남자친구 집의 경제사정을 묻는 친구의 질문에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물음에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 처음에 이런 일들을 경험했을 때는 어이가 없다가,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분한 마음을 주체 못하고 속상해하기도 했는데,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나 또한 보이지 않는 것보다 보이는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 유학을 왔을 때 다짐했던, 내가 되고자 했던 모습과는 조금 다른,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방향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유학온 지 얼마 안되서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 인간은 모두 경험을 통해서 성장하듯, 단순히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얻어먹는 빵이 얼마나 딱딱하고 남의 집살이가 얼마나 고된지 스스로 경험해보길, 추위에 떨어본 사람만이 태양의 소중함을 알 듯, 인생의 힘겨움을 통과한 사람만이 삶의 존귀함을 안다. 텅 빈 명품가방보다는 꽉 찬 책가방으로 마음의 양식을 쌓고, 단순히 예쁘기 만한 얼굴보다는 늘 웃는 얼굴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배우고 , 깡 마른 몸보다는 건강한 체력의 몸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늘 배움의 기회를 포기하지 않기를 다시한번 다짐한다.
<정지현(UC버클리 졸업생)>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