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고기를 참 좋아하던 나였다. 소고기 반찬이 나올 때면 새삼스레 행복해하며 밥 한 공기는 그냥 뚝딱 해치우곤 했는데, 요즘은 장을 볼 때 정육 판매대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닭고기를 집어 드는 것으로 만족한다. 사실 닭고기를 구매하는 것 자체도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예전에 한 3주간 고기를 멀리하고 입맛을 바꿔보려 했을 때 실패한 이후로 소고기와 돼지고기 소비를 자제하는 대신 닭고기로 타협점을 굳혔다.
내가 이렇게 고기 소비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것은 2년 전에 환경문제를 주로 다뤘던 생물 수업을 듣고 난 후였다.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앞섰던 교수님 수업이었는데, 어느 날 교수님께서 당시에 신작이었던 “Cowspiracy”라는 다큐멘터리를 추천하셔서 보게 되었고 그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라 고기와의 이별을 선언했었다. 물론 실패했지만 말이다.
나는 환경 파괴와 지구 온난화가 심화하는 이유로 사람들이 활동하면서 뿜어대는 이산화탄소와 무모한 자원 낭비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 배웠었다. 자연이 파괴되는 것이 내 탓인 것만 같아 양치질할 때 물을 좀 더 아껴 쓴다던가 혹은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등 작지만 환경을 생각하며 실천했던 것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우리가 아무리 자원을 아끼고 이산화탄소를 줄인다고 하더라도 축산업을 축소시키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배우는 환경 파괴의 이유보다 훨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축산업이지만 상대적으로 환경 파괴 원인으로 주목을 덜 받는 이유는 그 언짢은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하는 축산업체들의 지속적인 은폐에서 비롯되었다. 환경 파괴의 탓을 자신에게 돌려 사업이 흔들리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이미 커질 대로 커져 버린 축산 대기업들의 정경유착과 그 힘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부정을 입막음하고 그 과정에서 살인도 마다치 않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내가 고기를 멀리하는 이유는 환경보호와 동물보호라는 거창한 이유보다 내가 이 부정을 뒤늦게 알게 한 축산 대기업들의 비열함에 놀아나고 싶지 않아서이다. 동물을 사랑하지만, 동물을 보호하고 싶다는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되기엔 고기의 맛을 너무 좋아하는 간사한 사람의 입맛을 가졌다. 그래도 적어도 평소의 식단에서 고기양을 줄임으로써 축산 대기업의 힘이 약해지길 바랄 뿐이다.
<이수연(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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