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사람을 많이 좋아하는 편이다. 몇 십명씩 손님을 치른 날, 온 몸이 지친 나는 “다시는 손님 초대 안할 거야!” 다짐을 하건만, 며칠이 안 지나 “여보, 그분들 모실까?” “좋지, 숟가락 젓가락 한개씩만 더 놓으면 되겠구만” 하며 어김없이 우리 부부의 앙상블은 시작된다. 친지, 교인들의 모임은 물론이고 각지에 살고 있는 남편 친구들에게 샌프란시스코에 가거든 꼭 그 집에 머무르라는 루머가 돌아 여름철에는 줄지어 손님을 치르곤 했었다. 이제는 남편이 은퇴를 했고 나 역시 바깥 일에 주력을 하다 보니 찬장 속에 빼곡히 침묵하며 들어앉아 있는 이 그릇들을 언제 다시 사용해보려나 싶다.
얼큰한 찌개와의 만남, 우아한 스테이크와의 만남, 클래식 음악과 차 한잔의 만남 등 종류도 다양했던 만남들은 내 마음속 깊이 아름다운 지층을 이루어 가며 멋진 인연들을 선사해 주었다. 기쁘고 행복했던 인연과 함께 돌아서며 눈물을 닦아야 했던 아픈 인연마저도. 그러나 지금은 모두 귀하고 소중하기만 한 인연들이다. 나에게 다가왔던 만남과 인연들이 이렇게 사랑의 지층으로 쌓여져 갈 즈음, 정작 나를 만났던 그분들에게는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걸림돌이었을지, 따뜻한 디딤돌이었을지.
재정 설계는 만남이 필수적이다. 은퇴, 건강 등을 함께 생각하다 보니 인생 얘기가 따른다. 나중엔 아예 서류를 옆에 밀어 놓고 손님과 내 인생의 어울림으로 몇 시간이 훌쩍 지나기도 한다. 피아노와 함께 한 목청으로 가곡을 부를라치면, 우리는 어느새 아주 오랜 지인이 되어 깊은 인연의 쉼터에 와있곤 한다. 만남을 통해 ‘나’라는 아주 적은 사람에게 신뢰를 주시는 손님들과의 인연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고마움이며 축복이다.
‘나’다운 만남은 무엇일까. 바라기는, 나와 상대방이 서로 소중히 여겨지는 특별한 만남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겸손한 입술, 경청의 귀, 상대방을 향한 눈높이가 있어야 한다. 자존감은 내가 아닌 상대방에 의해 세워짐을 예전에는 왜 몰랐는지 인생의 테잎을 뒤로 다시 돌리고 싶은 부끄러운 만남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지금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이른 시간! 먼훗날 내 마음에 차곡차곡 얹혀져 있을 형용색색의 지층을 상상하며 오늘도 겸손하게 귀를 열며, 맑은 눈맞춤으로 나를 기다리는 분들께 나아간다.
<데보라 임(재정설계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