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it and watch / As tears go by.
그저 앉아서 보네 / 눈물이 스치는데.
아니, 저 분이 그분 맞아? 곧 80을 바라보는 70대 중반 노인. 50년 전, 반 세기 전, 20대 청년의 몸짓 그대로 여전히 무대 위에서 노래하네요. 누구 얘기? 다름아닌, 믹 재거 경(Sir Mick Jagger, 1943년 7월 26일 생). 영국 유치원 동문으로 동년배인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Keith Richards)도 함께 있네요. 이름하여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쉴 새 없이 구르는 돌엔 이끼가 끼지 않는다든가. Rolling Stones Gather No Moss!
노익장 믹 재거의 건재한 모습에 감탄하며, 그가 앳된 젊은 시절 아쿠스틱 기타 반주에 노래했던 명곡을 하나 떠올립니다. 락 밴드의 요란한 무대가 아닌, 나름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의 잔잔한 노래. 바로, “As Tears Go By.” 왠지 형언키 어려운 슬픔과 눈물이 서경시(敍景詩)처럼 연출되는 꽤 들을만한, 또 부를만한 곡.
It is the evening of the day / I sit and watch the children play // Smiling faces I can see / But not for me // I sit and watch / As tears go by.
쉽고 단순한 가사. 따라 부르기 쉽고, 운(韻, rhyme)도 충실한 노래.
저녁 무렵, 애들 노는 거 보니, 웃는 모습들. 하지만, 나에겐 웃음 없네. 그저 앉아 보는데 눈물이 스치네. 대략 그런 내용.
특별히 시적이거나 감동적이지도 않은데, 왠지 그럴 듯?
I sit and watch / As tears go by.
그저 앉아서 보네 / 눈물이 스치는데.
이유야 어쨌든, 가만히 앉아 무념무상 멍~ 때리고 있자니, 공연히 눈물이 한 줄기 볼을 타고 내리네. 그저 막연한 향수(鄕愁)? 마음의 고향, 내 얼의 진짜 고향을 그리는 향수? 부러 거창한 표현을 쓰자면, '실존적’ 비애(悲哀)? 그래서 눈물이 스치나?
비슷한 2절이 지나고 마지막 3절.
It is the evening of the day / I sit and watch the children play // Doing things I used to do / They think are new // I sit and watch / As tears go by.
뭐 1절과 거의 비슷합니다. 저녁 무렵 애들 노는 걸 앉아서 보네. 내가 하던 그런 놀이들, 그런데 애들은 마치 새로운 것처럼 노네. 그저 앉아 보는데, 왠지 눈물이 앞을 가리네.
채 3분도 안되는 노래. 몇 차례 음미하며 부르는데, 불현듯 구약성경 전도서["코헬렛"] 말씀이 교차됩니다.
Vanity of vanities, says Qoheleth, vanity of vanities! All things are vanity! 허무로다, 허무! 코헬렛이 말한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태양 아래 새로울 것도 없는데, 애들은 그저 좋다고 노네. 나도 다 해봤지. 왠지 눈물이 앞을 가리네.
인생의 온갖 영화를 만끽한 솔로몬 왕의 결론: 모든 게 헛되도다! All things are vanity! '온 곳'을 잊고, ‘갈 곳’도 모른 채, 절대자와의 관계마저 끊긴 상태. 도대체 즐거울 일이 따로 뭐란 말인가.
지나고 보면, 결국 이렇게 노래할 뿐. "I sit and watch / As tears go by."
흐르는 건 다만 회한(悔恨)의 눈물! 롤링 스톤즈의 믹 재거 경(卿, Sir), 아마도 일찌감치 '설교자'의 지혜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지금도 저렇게 구르시나? Rolling Stones Gather No Moss! 구르는 돌엔 이끼 낄 사이도 없다니까.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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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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