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 전부터 해오던 몇 가지 기도 습관이 있다. 첫째는 손님을 많이 치르면서 힘겨워 만든 습관으로 식탁을 닦을 때마다 “이 식탁을 통해 제가 축복을 받게 해주세요!” 둘째는 새로 지은 밥을 퍼담으며 “이 밥을 먹는 식구들이 건강하게 해주세요!” 셋째는 신발 정리를 하며 “이 신발들이 나쁜 길을 걷지 않게 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목사님들께서 방문하시면 딸아이의 머리를 들여 밀어 축복 기도를 받는 것이었다. 그 아이에게 쌓여진 수많은 축복이 그대로 이루어질 거라 믿으니 멀리 있어도 맘이 놓이고, 내가 곁에 있어주지 못할 그때에 혼자 남을 딸에게는 가장 큰 유산이 아닐까 싶다. 이 습관들은 삼십 해가 넘도록 정말 잘 해온 습관들인 것 같다.
그런데 나에게 나이 오십이 훌쩍 넘어 또 하나의 습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돌아서면 잊어버릴 때가 너무 많아서 해야 할 일이 생각날 때마다 바로 적는 습관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집안 구석구석 내가 출현하는 곳에는 어디든지 메모장이 있고, 우리 집 정리 대장인 남편에게도 나의 메모지와 돋보기만큼은 건드리지 않는 불문율이 되었다. 부엌일을 하다가 젖은 손으로 적기도 하고, 운전을 할 때에는 음성 녹음을, 잠결에는 어둠 속에서 더듬으며 적기도 한다.
이렇게 적는 습관은 할 일을 감당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친숙해져서 나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 여행을 즐기게 해주었다. 내가 사랑스러울 때에는 나에게 연애편지를 보내고, 마음에 불평과 서운함이 생겨날 때에는 엉클어진 좋은 추억을 차곡차곡 개켜서 감사함을 찾기도 하며, 바라는 기도제목을 빼곡히 적어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서걱거렸던 마음에 불이 지펴지며 이불깃을 꼬옥 싸안고 포근한 잠을 청하게 된다.
그렇게 지금도 적혀져 가는 나의 노트에는 세월과 함께 한 장 한 장 더해지며 내 인생이 그려지고 있다. 때로는 시계추를 되돌려 후회스러웠던 삶을 지우고 다시 멋지게 살아 보기도 한다. 노트 속의 주인공은 언제나 ‘나’이며, 함께 나눌 사랑을 채우기 위해 나 자신의 등을 토닥토닥해주는 글뿐이다. 먼훗날, 나는 같은 강물을 두 번 건널 수 없다는 시간의 귀중함을 담아 다 적혀진 무지개 빛 나의 인생 노트를 주님께 보여드릴 생각이다. 그분은 뭐라 하실까…
<데보라 임(재정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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