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OPT 카드가 나오기 전, 여름학기를 마지막으로 학교를 졸업한 친구와 나는 이번주 약 일주일 정도 뉴욕에 여행을 다녀왔다. 5월 졸업식 후, 처음 엄마와 함께 뉴욕에 갔었을 때, 내내 비가 온 터라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9월의 시원하고 햇살 좋은 가을의 뉴욕을 생각하며, 티켓을 예약하고 두달이라는 시간을 기다렸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도착하자마자부터 뉴욕은 우리를 숨이 턱 막히는 습함과 비로 맞이해 주었고, 다시 돌아오기 이틀 전까지 내내 비가 내렸다. 흐린 날씨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두번째 방문 뉴욕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꼈다. 엄마와 왔을 때는, 미국이 낯선 엄마를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과 나에게도 처음인 곳이라 뉴욕을 온전히 느낄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두번째라 그런지 뉴욕의 거리, 그 거리 위를 걷는 사람들의 패션, 태도, 교통 등등 더 자세히 오래 뉴욕을 느낄 수 있었다.
뉴욕에서 먼거리를 이동할 때 우리는 우버를 타고 이동했는데, 종종 우버를 타면 가끔은 오래 봐왔던 친구처럼 대화를 하는 서부 우버기사들과는 달리 이쪽 우버기사들은 우리에게 이동하는 내내 한마디도 말을 걸지 않았다. 뉴욕의 교통 또한, 동남아의 무질서한 교통을 연상시킬 만큼, 차선과 신호 준수, 양보라는 것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또 자유로운 샌프란시스코 사람들보다 뉴욕 사람들은 뭔가 더 빈틈없이 느껴졌다. 늘 웃음이 많고 서로의 일에 관심도 많고 별거 아닌 작은 것에도 늘 고맙다, 미안하다를 입에 달고 사는 서부 사람들과는 달리, 뉴욕 사람들은 조금은 더 바빠 치열해 보이고 더 자기 삶에 집중한 듯 보였다. 처음에 익숙치 않았지만, 하루에 일어나는 수백만가지의 변화들을 예측하고, 감지하고, 정리해야 하는 세계경제의 중심지 뉴욕 월스트리트와 그 주변의 많은 은행, 증권회사들을 보면서 이곳 사람들의 모습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일주일이라는, 어쩌면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사는 곳이 아닌 다른 곳을 스치는 것이 아니라 스며들고 물들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인 것 같다. 이번 여행도 비오는 뉴욕을 제대로 느낀 덕분에, 다음번에는 햇살 가득한 뉴욕을 느끼기 위해 한번 더 올 나만의 이유가 생겼다. 아직은 샌프란시스코처럼 뉴욕의 매력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뉴욕 또한 샌프란시스코처럼 오래 보고 자세히 보아야 더 아름다운 도시인 것 같다.
<정지현(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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