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다니던 교회에서는 추석, 설과 같은 명절에 떡을 나누어 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떡 한 덩어리 받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집에 가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교회 담벼락에서 살며시 꺼내어 한입 베어 물던 그 떡이 참으로 그립다. 미국에서도 떡은 요즘 흔하게 먹을 수 있지만 내가 그리워하는 그 맛은 아니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의 가장 큰 명절을 평일로 보내는 게 왠지 아쉬운 마음으로 추석을 맞이했다. 친척들이 모두 모여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송편을 만들고 기름 냄새 솔솔 풍기며 전을 부치는 것이 우리의 명절 풍경인데...
뉴스를 통해서 한 교회가 나누는 이웃 사랑의 소식을 접했다. 서울 어느 교회에서는 미리 성도에게 빈 상자를 나눠주고 그 상자에 정성껏 생필품을 사다가 추석 전에 교회에 내면 명절에 가족도 없이 혹은 있어도 풍성히 나누지 못하는 이웃들에게 사랑의 상자를 전달한다고 한다. 글을 읽는 내내 따끈따끈한 떡 한 덩이 받았던 그 느낌이 살아난다. 선한 마음과 사랑의 손길은 타인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준다.
선행은 돈으로 하는 것 같아도 실제로 그렇지 않다. 한국의 유명한 부자가 불우이웃을 위해서 2천원을 내놓았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다. 누군가에게 평생 잊지 못할 따뜻한 선물상자가 될 것을 상상하니 나에게도 행복이 전염되는 듯하다. 행복을 물건처럼 진열대에서 팔거나 원하는 만큼 돈으로 살 수 있다면 부자들은 쉽게 쇼핑을 통해 행복해질 것이다. 그러나 행복은 많이 가졌을 때 커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 풍습을 보면 온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노는 놀이가 많았다.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기는 윷놀이는 물론이며 단체 놀이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줄다리기,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든 풍물패의 신명 나는 소리와 흥겨운 춤판이 있었다. 우리 민속놀이에는 선조들의 지혜와 정신이 담겨 있다. 그들은 함께 어울려 서로 힘을 모아 도우며 살아가고자 했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는 요즘 우리에게 그 옛 정신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아쉽다. 선조들의 옛 정신을 이어받아 단합의 에너지를 더 발전시키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 그것은 나만 잘 되는 것이 아닌 모두가 잘 되는 것을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될 것이다.
<김미혜(한울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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