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뉴욕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아쉬움도 크지만, 여행이 끝나고는 정말로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돌아오고 나니 취업에 대한불안감으로 조금씩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기도 하고, 더이상 물러설, 피할 곳이 없다는 생각과 절박한 상황은 나를 좀 더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여독이 다 풀리기도 전에, 가만히 있는 시간들을 견디지못해 운동, 빨래, 설거지, 청소 등등 그동안 미루고 미뤄왔던 귀찮은 일들을 찾아서 하며 나름 해지기 전까지의 시간들을 보냈다. 해가 지고 난 후는 끝없이 외로워지고 센치해지는 마음을 붙잡고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집앞 동네를 걸었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좋아하는 음악을 말동무 삼아,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기도, 아무생각을 하지 않으며 걷기도 했다. 날씨 때문인지, 어느 날 괜시리 모든 것에 서운해지고 서러워지고 허무해지고 슬퍼진다고 가을 탓 아닌 탓을 해본다. 내 나이의 평범한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겪고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가족과 함께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인간이기에 느껴지는 고독, 인간관계에 대한 서운함이라는 수많은 감정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나를 덮쳐버렸다.
이럴 때 이유없이 흐르는 눈물에, 공허함에 휴대폰 전화번호 목록을 보지만, 딱히 연락할 곳이 없다. 지금의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기에, 온전히 나의 처음과 끝을 아는 사람이 없기에, 그리고 그들도 그들만의 삶의 무게가 있을텐데 내가 그들의 삶에 또 다른 무게가 되기 싫기 때문에...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낸다’라고 표현하면 조금 슬프기도 하지만, 내가 부러워하고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조차도 삶이 행복하지만은 않을텐데 그들도 그들만의 지혜와 방식으로 세상의 룰을 지키며 그들의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고 보면 세상 사람들은, 이 세상을 살아낸다는 자체만으로도 참 위대한 것 같다. 고로 나 또한 이 세상 사람들의 일원으로서, 누군가에게는 부러운 삶을 사는 사람일지도 모르는 생각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고 위로해본다.
일주일 정도 생각만 하다가 탈이 난 건지,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일교차 때문인지 주말에 감기몸살이 났다. 글을쓰고 있는 지금도 옆에 티슈를 놓고 훌쩍대는 소리를 리듬
삼아 생각의 연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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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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