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에서 유행하는 m-gram의 ‘내 안의 8가지 성격’이라는 성격 검사를 해보았다. 100여개 가까운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나를 간단한 단어들로 정의한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나의 성격을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도드라지는 성질 8개를 찾아보는 것인데, 검사 결과 속 유독 눈에 띄는 ‘돌다리도 두드려봄’, ‘본질을 금방 꿰뚫어 봄’, 그리고 ‘생각이 깊음’은 나의 큰 장점이자 가장 큰 걸림돌이라 생각됐다.
조심성과 통찰력이 있고 생각을 많이 한다는 성격은 앞일을 예측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있다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두려움이 많다는 뜻도 포함된다. 본질을 살피려는 나의 습관은 잘못된 판단으로 상처받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여러 경험을 듣고 난 뒤에야 안심하며 선택하는 소극적인 태도가 야기된다. 과연 내가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극복해낼 수 있을까 하며 조바심에 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이 남는 채 말이다.
가톨릭이긴 하지만 성당을 자주 가지 않는 나는 신앙생활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경 구절이나 기도문을 읽을 때면 마음이 편안해져 가끔 찾아 읽어보곤 하는데, 최근에는 ‘니버의 기도’에 가장 매료되었다. “신이여, 바라옵건대 제게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구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짧은 문구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이 기도문은 선택을 주저하다 번번이 미련이 남는 나에게 너무나 와닿는 구절이다. 신에게 순리를 받아들일 줄 아는 자신에 대한 너그러움과 때로는 모든 것을 내던지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용기를 바랐던 니버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기도를 드린 것일까.
실패를 경험하면 다시 실패를 겪을까 두려워 모든 것에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선택하는 일을 그르칠까 늘 조급한 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니버가 그토록 바라던 지혜이다. 평생을 지혜를 갈구해도 앞으로 나에게 놓일 무수한 선택의 갈림길로 나의 지혜에 만족하지 못하고 방황할 것을 안다. 하지만 나아가는 삶을 위해 나는 그 지혜를 계속해서 찾아 나설 것이다.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적어두어 매일 보게 되는 기도문은 다시금 위태로운 나를 일으킨다.
<이수연(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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