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유학을 하게 된 지 햇수로 5년째가 되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엄마는 ‘친구는 내가 선택한 가족이니 좋은 사람이 되어 더 넓은 세상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라’고 말씀해주셨다. 낯을 많이 가리고 겁이 많은 탓에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다니지 못했지만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스쳐 지나갔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이곳에 혼자 와서 인간관계로 인해 마음앓이를 하기도, 또 그들 덕분에 외롭지만은 않은 든든한 유학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을 거쳐, 이곳에서 만난, 내가 선택한 가족인 친구들이 내 곁에 있다.
타지에서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그리고 서로를 알아준다는 것은, 나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서로의 마음이 어긋날 때면 큰 상처가 되었고, 괜찮아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지금도 진심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나에게 조금 어려운 일이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친구와 관계가 틀어지게 되었는데, 나에 관해서 안좋은 얘기를 하더라도 과장을 할 줄은 알았지만, 없는 얘기들을 만들어서 허위 사실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닐 줄은 몰랐다. 그래서 원치 않았지만 멀어지게 된 사람들도 많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 기피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사람들의 시선과 말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믿어준, 지금까지도 나에게 가장 힘이 돼주는 고마운 친구들이 있다. 단순히 내 편을 들어주어서가 아니라 나를 알아준다는 것에 대해 늘 고맙다. 또 하나 감사한 것은, 가장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경험을 했다는 것. 다 지나갔으니 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살면서 이런 경험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어리지도, 너무 많지도 않은, 성숙하게 성장할 수 있는 나이에 인간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것이다. 나 또한 내 친구들이 그러했듯, 사람을 진심으로 알기 전까지 다른 사람들의 말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내 가족 같은 내 친구들에게 나 또한 내 친구들 같은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정지현(UC버클리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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