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첫째의 꿈은 선생님이다. 유난히 어린아이들을 좋아하는 딸은 어느 모임을 가든지 먼저 아이들과 친해지는 재주가 있다. 집에는 첫째가 5살 때 사주었던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이라는 책이 있다 .새해 첫날이 되면 아이들은 책에 자신의 꿈을 기록하는 시간을 갖는다. 동생들처럼 몇 번 꿈의 목록이 바뀔 법도 한데 첫 꿈을 적은 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하나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딸에게 꿈을 선물해주신 선생님이 계신다. 노숙자 구제 사역을 하셨던 선생님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셨다. 사람의 눈만 봐도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일 때가 있다. 그 시절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토해내기 바빴다. 어린아이들이라도 인격적으로 대해주시는 선생님을 만난 것은 아이의 꿈을 키워주는 축복이 되었다.
내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공부를 잘 가르치신 선생님도 계시지만 그보다는 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신 선생님인 경우가 더 많다. 잘할 때 인정받았던 기억보다는 나의 부족함을 아시고 격려를 해주셨던 일들이 나에게는 더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공부하기 싫고 힘들어했던 과목이 선생님으로 인해서 가장 좋아하는 과목으로 바뀌었던 경험은 가르치는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선생님에게 마음에 상처가 되는 말을 들었던 기억도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쉽게 던진 말 한마디는 평생 누군가의 행동을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가시가 되기도 한다.
참 이상하다. 수업 내용은 기억나는 것이 하나 없는데 수업 밖의 이야기를 해주셨던 것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선생님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그 선생님이 들려주신 자신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책 밖의 세상을 정말로 보여줄 수 있는 선생님이야말로 내가 진짜 닮고 싶은 선생님이다.
다시 한글학교가 시작되었다. 나는 이 아이들에게 어떤 선생님인가? 지루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좀 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자료를 찾고 수업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는 중에 깨달아지는 것은 아이들을 자라나게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사랑의 힘이라는 것이다. 열린 마음과 열린 시선으로 아이들을 더 넉넉하게 안아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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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한울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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