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코너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석 달이 흘렀단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항상 아쉬움을 낳기도 하지만 막판 스퍼트를 일으키는 용기를 끌어내기도 한다. 끝맺음으로 올리는 이 글은 그동안 내가 쓰지 못했던 주제인 사랑하는 나의 엄마에 대해 담아보려 한다. 여성의 창 원고를 쓰는 동안 혹시 부족한 점은 없나 글이 게재되기 전 친언니에게 미완성된 글을 자주 보여주곤 했는데, 언니는 다른 이들에 대한 얘기는 이렇게나 감동적으로 다루면서 왜 엄마에 대한 얘기는 쓰지 않냐고 물었었다. 참 좋은 주제일 텐데 하면서 말이다.
사실 쓰지 않은 것이 아니라 쓰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모든 딸이 내 마음과 같을 것이다. 엄마라는 단어는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일렁일 수밖에 없다. 모든 어머니가 그렇겠지만 유독 나의 엄마는 모성애가 강하며 희생적이다. 자신의 행복과 삶은 뒷전이며 자식 앞에 놓인 꽃길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앞길이야 자갈밭이어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이 바로 나의 엄마이다. 나는 그런 엄마의 희생이 감사하면서도 사실 어떻게 갚아도 갚아지지 않을 것을 받아버린 것을 알아 부담스럽기도 하다. “엄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지지하는 말을 하지만 사실 엄마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나라는 것을 잘 안다. 이기적인 엄마의 자식은 그렇게 그럴싸한 말들로 응원의 말을 포장하면서 “내가 그만 엄마의 걸림돌이 될게”라는 말은 차마 하지 않는다. 그렇게 엄마에게 하는 거짓말이 점점 늘어난다.
엄마를 위한 선의의 거짓말 그리고 나를 위한 거짓말, 그 말들은 모이고 모여 태어났을 때부터 내 모든 순간을 함께하며 나를 속속들이 다 알았을 엄마는 이제 나를 누구보다 가장 모를 것이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장 사랑하지만 가장 사랑하기 때문에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된단다. 분명히 이 글을 보면 엄마가 속상해할 것을 안다. 그래서 이 글은 엄마에게 쓰는 나의 고백이지만 정작 그녀에겐 선보이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쓰는 이 글엔 엄마에 대한 나의 미안함으로 가득 찼다.
<이수연(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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