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우리 집에 찾아와 아기 배나무에 앉아 있기를 즐겨 하던 한 쌍의 고추 잠자리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마당에서 남편이 큰소리로 나를 불러 급히 나가보니 한 마리 고추잠자리가 남편 손바닥에서 움직이질 않는다. 그 순간 가슴이 휑하니 마음이 저려왔다. 남편 역시도 한동안 손에서 고추 잠자리를 내려놓지 못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할말을 잃어버린 듯했다. 지금도 어김없이 혼자서 찾아와주는 고추 잠자리를 반기며 우리는 마음이 안쓰러워 눈을 떼지 못한다.
어릴 적부터 대식구 속에서 자란 나에게 헤어짐은 아직도 준비되지 않은, 아니 준비하고 싶지 않은 숙제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내 주위에서 꾸준히 맴도는 이별은 참으로 얄궂은 아픔이다. 한국을 떠나오며 가족, 친구들과 이별했고, 세월이 흘러 사랑하는 두 분의 아버님, 귀한 멘토 어르신들과 이별했다. 더욱이 정들었던 교인과의 이별은 언제나 뼈를 녹이는 서운함과 그리움이었다. 병상에 계신 엄마를 이별해야 할 시간도 이제 곧 다가온다. 아마도 가장 마음 아픈 헤어짐일 것이다.
한참 전, 나는 암이란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다. 믿음으로 천국을 바라보는 나였지만 결론적으로, 죽음이란 게 나에겐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던 큰 경험이었다. 나를 떠나가는 이별과 내가 떠나가는 이별은 하늘과 땅 차이처럼 다르게 느껴졌다. 지금껏 건강하게 잘 살고 있지만, 그 당시 나는 아주 심각하게 나에게 찾아올 이별을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읽었던 책들이 있었다. “죽으면 죽으리라” “죽어요, 그런데 안 죽어요” “죽으면 살리라!” 이 세 권의 책을 순서대로 읽으면서 어느 순간 내 마음은 따뜻한 평안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죽음의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열심히 기도했던 응답이기도 했지만, 그 평안함의 온기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래, 죽으면 살리라! 누에처럼 온 힘으로 명주실을 뽑아내며 이 세상에서의 내 할 본분 고치를 다 짓고, 내 영혼은 나방처럼 내 본향으로 훨훨 날아가 그 곳에서 주님과 함께 영원토록 살리라!
이제 곧 내 글, 독자님들, 칭찬, 격려와도 헤어짐이 다가온다. “여성의 창”은 내 인생의 큰 선물이었음에 아마도 많이 그리울 것이다. 그렇지만, 헤어짐이 있기에 그 사랑의 대화를 추억으로 곱씹으며, 또 보고파서 나는 애틋한 상사화로 피어날 것이다.
<데보라 임(재정설계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