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가 마지막 글이라는 메일을 받고, 왠지 모를 조금의 섭섭함과 일요일 밤마다 나를 긴장시켰던 마감일 압박으로부터의 해방감에 들뜨기도 했다. 마지막 주인 이번 주는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요즘 여러모로 힘드신 아빠에게 응원을 보내고자 아빠에 대해 글을 써보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글을 쓰면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쓴 것 같은데 그중 ‘아빠’ 이야기의 비중이 가장 적은 것 같았다. 아빠를 덜 사랑하고 덜 생각해서가 아니라, 아빠를 너무 사랑하고 감사한 마음이 커서 그만큼 죄송한 마음 또한 크기에 쉽게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아빠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100% 사랑으로만 내 동생과 나를 대하셨다. 훈육을 위해 매를 든다거나 언성이 높아지는 것이 부모의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아빠는 나에게 큰소리를 내신 적도, 더더욱 매를 드신 적도 없다. 그런 아빠를 참으로 좋아하고 잘 따랐던 나는, 학창시절 학기초에 자기소개를 할 때에 늘 했던 말이 있다. “저는 엄마같은 여자가 되어 아빠같은 남자를 만나 저 같은 딸과 동생같은 강아지를 키우고 싶습니다.” 그만큼 나는 우리 아빠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자랑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아빠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내 선택을 묵묵히 믿고 지켜보시던 분이시라, 가끔 아빠가 해주시는 말씀 한마디는 내 꿈과 중요한 선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진로방향에 대해 생각해보았고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아빠는 나의 커다란 중심이 되기도 했다. 나는 그런 아빠를 너무 사랑하고, 참 좋고, 내가 아빠 딸로 태어난 것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그런 나의 사랑하는 아빠가 요즘 일로 조금 힘들어 보이신다. 세상의 모든 가장들이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딸로서 마음이 아프고 속상한 것은 숨길 수가 없다. 그런 아빠가 걱정되어 늘 가족 단톡방에 세 모녀가 힘내라고 사랑한다고 말하면, 아빠는 늘 같은 말만 하신다. 아빠는 괜찮아, 할 수 있어! 우리 가족 사랑해라고. 그런 아빠에게 나도 다시 말하고 싶다. 아빠도 안괜찮아도 된다고, 할 수 없어도 된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그리고 우리도 아빠를 제일로 사랑한다고.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도록 함께하자는 소박하지만 절대 소박하지 않은 내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정지현(UC버클리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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