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 후로 나는 울음이 많아졌다. 철없을 적 내 가정을 이루고 나니 오랜 시간 함께 보냈던 가족이 한없이 그립기 때문이다.
나는 힘들고 지칠 때 할머니, 할아버지를 먼저 찾게 된다. 고등학생 때나 아기 엄마인 지금이나, 할머니 품에 안기면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털어놓은 듯 마음이 편해진다. 또 할아버지께서 정성스레 골라 놓은 예쁜 사과를 먹다 보면 저절로 위로된다. 하지만 사춘기 때는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보다 친구들과 더 좋았다. 친구들과 무리 지어 놀다 보니 대학생이 되었고, 공부하느라, 아르바이트하느라 할머니 할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나는 어느새 엄마가 되었다.
난 할머니 할아버지께 효도할 수 있는 시간이 무한대로 있을 줄 알았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밥도 사 먹고, 쇼핑도 마음껏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가 된 지금은 학업을 마치고 얼른 취직해야겠다는 조급함, 그리고 하루하루가 너무 바쁜 탓에 또 할머니 할아버지를 자주 뵙지 못한다.
올해 초, 나는 샌프란시스코 집에 남편과 아들을 두고 1박 2일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계신 LA에 다녀왔다. 할머니와 산타모니카 바다도 구경하고, 카페도 가고, 할머니의 잔잔한 목소리로 옛날 얘기들을 들으며 낮을 보냈다. 밤에는 할아버지의 옆에 붙어 발 마사지도 해드렸다. 아이를 낳고 나서 가장 마음이 편한 순간들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내가 꿈꿔 왔던 ‘나중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며 효도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앞으로 이렇게 할머니 할아버지와 마음 편히 보낼 기회가 흔치 않을 것을 알기에 돌아오는 마음이 무너지게 아팠다.
지금의 나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동생과 온전히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남편과 아들도 너무 소중하지만, 며칠만이라도 아기를 낳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종일 할머니 품 안에서, 할아버지 옆에 붙어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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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최씨는 현재 UC버클리에서 미디어학(Media Studies)을 전공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학생과 더불어 엄마로 사는 경험을 솔직하게 글에 담아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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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최(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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