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프리스쿨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 미국에서의 교육 경험이 전무했던 나로서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아이가 다닐 프리스쿨은 Co-Op이라는 부모들의 참여가 필수적인 학교였기 때문이었다. 영어도 잘 못하는 내가 work parent의 역할을 잘 할 수 있을는지, 도대체 어떤 일을 맡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모든 걱정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에 이 학교를 선택했다.
항상 여섯명의 학부모와 두명의 선생님이 스물네명 아이들 모두에게 눈을 떼지 않고 돌보고 있어 안심이 되었다. 내가 학교에서 일하는 날에는 두발 자전거를 처음 탄다던지 하는,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매 순간들을 함께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아이는 이 학교를 다니면서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자연스럽게 배운 듯하다. 또래뿐 아닌 어른들과도 조잘조잘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자유로운 선택과 체험을 우선하는 학교이다 보니 아이를 데리러 가면 언제나 모래사장이나 진흙놀이에서 흠뻑 젖거나 모래 범벅이 되어 있는, 그러나 활짝 웃고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
학부모들도 의무적으로 한가지씩 일을 하게 되어 있는 학교에서, 나는 사진 찍는 일을 맡게 되었다. 처음에는 간편한 카메라로 찍기 시작했지만 곧 역동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순간순간 잡아내기 어려워 카메라도 바꾸게 되었다. 십년도 넘은 중고지만 좋은 카메라를 구하게 되어 참으로 열정적으로 찍어대고 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아이들과 부모, 선생님들 모두 사진을 보며 즐거워하고 좋아한다. ‘사진을 찍는 일은 너의 부름이야’라는 말을 들은 날, 나는 마치 어린아이가 된 듯 마냥 신이 나고 행복했다. 역시 프리스쿨 선생님들은 아이도 부모도 칭찬과 격려로 가르치고 이끄는 선수들이다.
학교의 디렉터인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이 학교의 목적은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나의 아이, 너의 아이가 아닌 우리들의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커뮤니티로서의 학교. Co-Op은 아이와 나 둘 다에게 첫걸음을 잘 디딜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었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며 든든한 동료와 귀중한 경험을 얻은 꽉 찬 2년이었다.
<최은영(섬유조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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