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반이 된 아들의 유치원에서 요즘 좋지 않은 연락이 자주 온다. 하루는 책을 집어던졌다고, 또 다음날은 친구를 밀쳤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닮지 않고 남편을 닮아 순하고 착하다고 믿었던 아이인데, 정말 엄마로서는 속이 탄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몇 달 전부터 아이의 삶에 변한 것이 한 가지가 있다면,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나는 엄마지만 학생이기도 하다. 그것도 졸업을 내년에 앞둔 시니어이다. 그러기에 이번 가을학기부터 수업과 인턴십들, 그리고 일까지 병행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좋은 직장을 얻고, 내 아들이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록 이전보다 내 아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마련해주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며 살고 있다고 나 자신을 위로하며 지냈다. 하지만 요즘엔 이게 정말 아이를 위한 좋은 선택이었나 싶을 때가 많다. 내 생활이 바빠서 나타나는 조급함이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어 반항하는 걸까? 엄마가 시간을 많이 보내주지 못해 속상하다는 것을 내 아이가 공격으로 표현하는 걸까? 혹은 아이를 위하기보다는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학교에 다니나? 미안함과 죄책감에 마음이 무겁다.
가끔은 다 그만두고 오롯이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 과제, 수업, 그리고 일에 쫓기지 않고 집에 있으며 매끼 맛있는 밥도 해주고 청소도 깨끗하게 해 놓고 세심하게 아이의 속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되찾고 싶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에게 이러한 생활은 사치이다. 우리 집 또한 남편과 함께 나도 열심히 일해야만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다. 그래서 오늘도 나에게 울며 매달리는 아이를 또다시 어린이집에 맡기게 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아이를 키우기 너무 벅차다. 금전적인 문제는 아무리 선진국인 미국에 산다고 해도 사람들의 생각을 사로잡고 있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여성이나 여성의 역할을 하는 당사자들은 더욱더 압박을 받는다. 지금의 사회에선 좋은 엄마이자 프로페셔널한 여성의 역할을 모두 잘할 수 있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딜레마에 빠진다. 내가 엄마의 역할에 더 집중해야 할지 아니면 미래의 좋은 삶을 기대하며 지금처럼 열심히 달려가야 할지...
<메이 최(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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