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1984년부터 전통술인 바이주(白酒)의 짝퉁을 몰아내기 위한 지루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벌써 30년이 넘었지만 아직 끝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수요가 넘쳐 진짜·가짜 가리지 않고 잘 팔리기 때문이다. 우량예·수정방과 함께 3대 바이주이자 ‘국민 술’로 불리는 마오타이는 특히 인기가 많아 춘제 등 명절이 되면 가격이 폭등한다.
올 춘제 때는 ‘페이톈’ 상표의 마오타이 한 병 가격이 2,000위안(약 34만원)까지 뛰었다. 1년 전(1,200위안)보다 70%나 오른 것. 이렇게 비싼 마오타이 가운데 진품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생산량으로 어림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진짜 마오타이의 연간 생산량은 대략 20만톤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중국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는 마오타이는 연간 200만톤 이상이라는 점에서 약 90%가 짝퉁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중국인의 각별한 전통술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바이주는 중국 당나라 이전부터 농가에서 빚어 마셨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의 원형이 만들어진 것은 원나라 때로 전해진다.
원대에는 서아시아·동남아 등과 교류가 활발했는데 이때 과일·사탕수수 등을 원료로 하는 동남아 증류주가 전해졌고 이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수수가 원료인 바이주가 탄생한 것.
이후 명나라 때 제조법이 정착되고 청나라 때는 대량 생산을 통해 중국 전역에 유통되기에 이른다.
명나라 때의 본초강목에는 이같은 바이주 제조법이 기록돼 있다. “처음에는 진한 술과 술지게미를 시루에 넣고 쪄서 증기에 올려 그 중 맺혀 떨어지는 이슬을 받아냈다. 요즘(명대)에는 찹쌀이나 기장·수수·보리 등을 쪄서 익힌 다음 옹이에 누룩을 넣어 열흘 동안 묵힌 후 시루에 쪄서 내는데 깨끗함이 물과 같고 맛은 진한 술을 빚어낸다.”
중국 정부가 바이주의 세계화에 몰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8월 700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바이주 제조법 등을 연구하는 전문대를 세운 데 이어 바이주 소개 영어사전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영국 왕실에 바이주를 선물하고 LA에서 시음회를 열기도 했다.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격화되자 ‘바이주 띄우기’를 통해 자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바이주를 위스키·테킬라처럼 명주 반열에 올리려는 포석이다. 술을 활용한 중국의 노림수가 성공할지 여부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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