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란스데이(Veterans Day) 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남편과 아들, 그리고 지인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서 3시간 정도의 거리인 레이크타호(Lake Tahoe)에 다녀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극찬했지만, 자연의 경치에 시큰둥했고 아들도 말썽을 피울 시기라 몇 번을 망설이다가 ‘한번은 가봐야지’라는 생각에 큰마음 먹고 계획했다. 사실 3살의 아이와 여행한다는 것은 재미도 있지만 그만큼 힘듦도 따라온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여벌 옷, 아이의 반찬, 기저귀, 물티슈, 로션 등 어마어마한 양의 물건들을 챙겨가야 하고 차로 이동할 때의 생떼 그리고 낯선 잠자리에 대한 낯가림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기에 이번 여행도 설렘보단 걱정이 앞섰다.
레이크 타호에 도착하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경치들이 눈에 들어왔다. 길고 곧게 뻗은 소나무,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투명한 호수는 내가 여태까지 봐왔던 풍경들 중에 제일 아름다웠다. 자연을 감상하는 것보다는 아울렛으로 쇼핑 가는 것을 더 선호했던 나를 반하게 한 장소는 처음이다. 그뿐 아니라 지인들과 빌린 널찍한 케빈(cabin)은 아늑하면서도 고급스러워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내 걱정과 달리, 아들은 타호호수 앞 모래사장에서 마음껏 뛰놀며 즐거워했고, 함께 간 삼촌들과 신나게 논 탓인지 밤에는 곯아떨어져 잠들었다. 남편과 평소에 하지 못했던 진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고,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학생인 엄마인 나에게 여행이란 시간 뺏기고, 돈 들고, 피곤한 것이었다. 여행을 다녀오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경비를 아껴 필요한 곳에 쓰고, 그 시간에 공부를 더 해서 치열한 세상에 대비하는 것이 옳다고 굳게 믿었었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에 이사 온 지 거의 2년만에 여행을 다녀와 보니 생각보다 얻은 것이 너무 많다. 타호호수를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비로소 깨달았고, 대화를 통해 우리 부부 사이도 친밀해졌으며, 아들은 좋은 경험과 추억을 쌓았다.
누군가 나처럼 공부와 일에 쫓기고, 아이와 씨름하는 것이 걱정되어 여행을 미루거나,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여행은 사치라고 생각한다면 한번쯤 레이크 타호로 여행 다녀올 것을 추천하고 싶다. 여행은 할 만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좋은 경험이었다.
<메이 최(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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