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교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작은 감동들은 한국어교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물론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고 안녕이라는 말만 겨우하면서 쑥스럽게 우리말 공부를 시작한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읽기 시작할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리고 한국학교를 인연으로 맺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는 더 감동적이다. 한국학교에 문을 두드리는 학부모들은 나름의 스토리들이 있다.
자기 아내가 한국에서 온 입양아이며 지금 학교에 보내려고 하는 아들은 직접 낳은 것이 아니라 아내의 권유로 아내와 같은 복지기관을 통해 입양한 아이라고 밝힌 학부모도 있다. 같은 기관을 통해 입양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이들 부부가 자녀에게 한국어교육을 하겠다는 의미도 남다르게 다가왔다.
또 한 부모는 아내가 가임기에 암투병을 하느라 아이를 낳을 수가 없어서 한국 여성의 난자를 기증받아 낳았다는 얘기도 해주었다. 우리 문화적 관점에 보자면 아주 사적이고 은밀한 부분인데, 이를 진솔하게 터놓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곱게 한복을 입은 아이의 백일 사진을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에서 이렇게 백일잔치까지 해주면서 유복하게 아이를 잘 양육하는 이 학부모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 학부모는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무료로 태권도를 지도해주며 기꺼이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내놓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고등학생 자녀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한다며 한 미국인 부모가 연락을 해왔다. 우리 한국학교 배너에 적힌 한글을 보며 아이가 너무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생후 7개월 때 아이를 입양한 얘기, 그 옛날 아이를 잠시 양육해주었던 위탁모와 지금도 연락을 한다는 얘기, 아이의 정체성을 찾는 일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얘기들을 들으며 이 학부모의 진지함과 성숙함, 그리고 비록 몸으로 낳지는 않았어도 정말 마음으로 낳았다는 말을 절감했다.
한국학교는 우리 민족을 하나로 만드는 중요한 네트워크이자 아름다운 스토리가 피어나는 곳이다. 한인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우리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들이 있는 한, 한국학교들은 세계 곳곳에서 우리의 문화와 얼을 간직하며 훌륭한 후세를 양육하는 터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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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월넛크릭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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