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 수현은 지난 11월 영화 개봉을 앞두고 리포터 키얼스티 플라와 유투브 채널을 통해 인터뷰를 가졌다. 당시 인터뷰에서 리포터는 수현에게 “언제 해리포터 책을 처음 읽었느냐”고 묻는다. 수현은 “중학교 때 미국에 사시는 아빠 친구로부터 책을 받아 원서로 읽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리포터는 놀란 표정으로 답한다. “영어로 책을 읽었다고? 너 그 때도 영어할 수 있었어?” 
인터뷰 영상이 공개된 이후 온라인에서는 배우 수현이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연일 논란이 됐다. 영어권에서 백인이 아시안에게 ‘영어를 할 줄 아느냐’라고 묻거나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칭찬하는 행위는 타인종은 영어를 할 줄 모른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대표적인 인종차별 발언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네티즌들은 키얼스티 플라의 SNS 계정과 이메일에 그녀가 인종차별 행위를 했다며 온갖 비난을 쏟아냈고, 결국 그녀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어떻게 보면 원어민이 아닌 수현에게 어릴 때부터 영어를 할 줄 알았냐는 리포터의 질문은 단순한 궁금증 및 놀라움의 표현일 수도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리포터의 질문은 인종차별이 아닌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혹자는 단순 호기심에서 비롯된 질문을 네티즌들이 너무 과대 해석해 인종차별 논란을 키운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해당 동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드러난 미묘한 인종차별적 요소를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 내내 리포터는 수현과 함께 출연한 배우 에즈라 밀러에게만 관심을 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수현은 인터뷰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특히 리포터가 수현에게 ‘영어할 수 있어?‘라고 묻는 대목에서 에즈라 밀러는 “수현은 현재도 영어로 대답하고 있지 않느냐”며 리포터에게 면박을 주기도 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에즈라 밀러까지 리포터에게 불쾌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으니 이번 인종차별 논란이 네티즌들의 예민함과 과장으로부터 비롯됐다고 가볍게 넘기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배우 수현의 인종차별 논란은 미국에 거주하는 모든 이민자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들은 일상 속에서 오랜 기간 내재된 다양한 인종차별에 맞서며 때로는 그것이 인종차별인지도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간다.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해마다 증가하는 인종차별 혐오범죄 건수는 여전히 우리들 삶 속에 인종차별이 녹아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명언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꿈’에 머물러 있음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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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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