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한때 광고계를 평정하다가 지금은 한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 등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다.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최근에는 K-뷰티, K-팝, 심지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먹방’이라는 한국문화도 생겨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한국음악은? 미국의 유명 토크쇼나 뉴스에 소개되는 아이돌이 한국음악을 대변하니 괜찮다고 더러는 말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차이는 알면서 또 소나타와 교향곡은 알면서 정작 알아야 할 가야금과 거문고의 차이는 모르고 산조와 시나위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서양음악과 악기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교양이 없다고 여겨 부끄럽게 여기고 따로 교양 강좌나 음악회 등을 쫓아다니며 쌓은 지식으로 나름 전문가 행세를 하기도 하는 반면 1,500년 동안 전통을 지킨 훌륭한 악기와 소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게 여긴다. 그러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며 주야장천 말한다. 어떤 것이? 슬픈 현실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민족문화 말살 정책에도 근근이 명맥을 이어온 우리음악을 혹자는 기생음악이라 폄하하기도 한다. 너무도 무지하다. 예인인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마치 고유의 언어가 없는 민족처럼 살아야 했을 것이다.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다며 한국음악을 꼭 선보이고 싶어하는 한국인들이 이곳에도 있다. 하지만 구색 맞추기일 뿐 정작 그들은 한국음악을 제대로 알려는 노력조차도 하지 않는다. 실망스럽다.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서양음악은 여러 색을 다양하게 써서 화폭의 빈칸 없이 가득 메운 유화라면 한국음악은 색을 절제하고 여백의 미를 살린 수묵화와도 같다. 그 어느 악기로도 화음을 내는 경우가 없다. 하지만 그 단선율로도 절대 단조롭지 않고 깊고 넓은 무궁무진한 표현을 할 수 있는 그 악기가, 그 음악이 바로 한국음악이다. 바로 이것이 차별화된 우리만의 고유한 것이다. 가장 세계적이지 않아도 좋고 가장 뛰어나지 않아도 좋다. 나 역시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피아노를 치며 털어 버리기도 하고 뮤지컬과 오페라를 사랑하며 클래식 음악이 온종일 집안을 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대중음악도 너무나 사랑한다. 그저 한번쯤이라도 한국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배우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생기길 바란다.
<
손화영(가야금 연주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