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겨울방학을 맞이해서 한국에 가게 됐다. 인천공항에 내리니 사방에 나와 비슷하게 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릴 적부터 집에서 들어오던 익숙한 말소리를 들으니 정말 ‘내 나라’에 온 듯 편안해졌다. 참 희한한 일이다.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길지 않은데 한국은 왜 나에게 고향 같은 존재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미국에서 태어나고, 학교에 다니고, 살았다고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한국인 친구가 편하고, 한국 음식이 좋고, 한국적 문화에 익숙하다. 그래서 여전히 미국이라는 나라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흔히 나와 같은 사람을 ‘2세’라고 말한다. ‘2세’란 미국에서 태어나고 어렸을 적부터 자라온, 첫 이민자들의 다음 세대를 뜻한다. ‘2세’인 나는 영어가 모국어이고, 미국에 사는데 현실적으로 불편한 점은 없다. 하지만 나는 한번도 내가 완벽하게 ‘2세’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2세’라고 하기엔 한국의 문화가 나의 삶에 너무 많이 스며들어 있다. 집에 들어오면 꼭 신발을 벗어야 했고, 한국말로 할머니 할아버지와 소통했고, 물론 하루에 한 끼는 밥에 김치를 먹었다. 추수감사절에는 큰 파티나 칠면조 고기에 그레이비 소스를 뿌려 먹기보다는 한국 반찬으로 소소한 시간을 가졌다. 이렇듯 나는 한국적인 문화 속에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나는 미국인들과도 동질감을 느끼지 못한 채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가지며 살아왔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에는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있었지만 나는 늘 나와 같은 코리안 아메리칸(Korean-American) 친구들과 가깝게 지냈고 지금도 그 친구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대학에 와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코리안 아메리칸이나 한국인 유학생 언니 오빠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편하고 좋다. 지금도 버클리 캠퍼스를 돌아다니면 같은 인종 학생들끼리 모여 다니는 걸 흔하게 볼 수 있으니 이는 나만이 겪는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번 겨울방학에 한국에 와 생활을 해보니 편하면서도 한국문화에도 서툴다는 느낌이 들고 적응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 내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더 커지는 듯하다.
<메이 최(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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