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한달간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은 그레고리오 성가와 클래식 라디오 채널에서 끊임없이 나오던 헨델의 메시아이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대학 1학년 전공 필수 과목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고 그 단선율이 주는 아름다움과 편안함 때문에 가끔 듣는 음악이었는데 지금은 산호세 성당의 성가대 지휘를 하며 미사 준비를 위해 공부하며 듣는 음악이 되었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교회 음악 예술의 귀중한 재산이자 단성음악으로는 인류 최고의 형식으로 손꼽힌다.
이 그레고리오 성가처럼 단선율로 이루어진 한국음악이 있는데 바로 ‘정가(正歌)’이다. 정가는 가곡과 가사, 그리고 시조로 구성된다. 고려 후기에 불리던 가곡은 조선 숙종, 영조 시대에 전성기를 이루고 많은 변천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한국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남구만의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라는 잘 알려진 시조 또한 우조초수대엽으로 오늘날 가장 많이 불리는 가곡 중 하나이다.
조선 상류계층 사람들이 인격 수양을 위해 부르던 가곡은 남창 여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가객이라고 부른다. 이 가객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멋스러움처럼 그 노래 또한 늠름하기도 하다가 화려하고, 도도하다가 유유하며 편안하기 그지없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정가에 대해서 ‘타임’지는 “세계에서 가장 느린 호흡의 음악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라는 평을 하기도 했다. 판소리와 민요처럼 흥이 나는대로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슬퍼도 슬프지 않게, 기뻐도 기쁘지 않게 단아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잘 살아있는 한국의 전통 성악곡이다.
사람들은 흔히 말하기를 최고의 악기는 인간의 목소리라고 한다. 사람의 목소리는 자연의 소리가 아니라 바로 마음의 소리이다. 슬프고 기쁜 감정에 따라 목소리의 질감 자체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이 마음을 표현하여 노래하기 위해서는 덕(德)의 뛰어난 아름다움이 있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음악은 거짓으로는 할 수 없다고 중국의 경전인 예기(禮記)에 나와 있다. 이처럼 노래는 나라에서는 치국평천하를 이루게 한다든지 사람의 귀를 즐겁게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든지 하는 시대상을 표현한다. 인간의 즐거움과 노여움, 슬픔과 근심을 담아 마음에 담긴 감정을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로 이러한 노래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손화영(가야금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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