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전을 강화하고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청정에너지 기술에 투자할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연방의회 연두교서에서 2035년까지 미국 전기의 80%를 청정에너지원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일방적으로 원전을 없애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원전을 이용하되 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는 이것을 ‘충격적(sputnik) 순간’이라고 명했다. 구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했을 때 미국이 받았던 충격에 버금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차세대 원전 ‘토륨 원자로’가 있었다.
토륨 원자로는 원자번호 90번인 방사성 원소 ‘토륨’을 원료로 사용하는 것으로 이탈리아 물리학자이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카를로 루비아 박사가 ‘에너지 증폭기’라는 개념을 제안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가장 큰 특징은 싸고 안전하다는 것. 매장량이 우라늄의 4배에 달할 뿐 아니라 원광에서 분리된 토륨을 그대로 쓰면 되기 때문에 농축할 필요가 없다.
토륨 1톤이면 우라늄 200톤, 석탄 350만톤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얻을 만큼 효율도 높다. 원전 운용비용이 우라늄의 최대 100분의1밖에 안 되는 이유다. 게다가 농축 과정이 필요 없어 플루토늄이 거의 나오지 않고 폐기물도 기존 원전의 3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토륨을 원자로에 쓰려면 기술적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장애가 있다. 하지만 비용이 적게 들고 친환경적인데다 안전하기까지 한 에너지를 세계가 그냥 놓아둘 리 없다.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가 1964년부터 5년간 토륨 원자로를 시험 가동해 7.6㎿의 출력을 얻은 것을 시작으로 각국이 차세대 원전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2011년에는 중국 과학아카데미가 시장의 주도권 장악을 선언하며 토륨 원전 개발에 뛰어들었고 2013년에는 캐나다·칠레·인도네시아가, 2014년에는 세계 최대 토륨 생산국인 인도까지 가세했다.
중국이 서부 고비사막에 냉각수로 물 대신 용융염을 사용하는 차세대 원자로를 건설하고 내년부터 시험 가동에 돌입한다는 소식이다. 처음에는 12㎿의 소규모 전력을 생산하지만 점차 큰 토륨 원자로를 지어 2030년에는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시나리오대로 전개된다면 차세대 원전 시장은 중국의 손아귀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가 ‘원전 이후의 원전’을 고민하는 동안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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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규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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