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다다다닥 딱딱” 나무 쪼는 경쾌한 소리만 들리던 딱따구리를 드디어 만났다. 젖은 나뭇잎을 살며시 밟으며 나무를 쪼아대던 줄무늬 예쁜 딱따구리에게 다가가니 재빠르게고 눈치채고 금새 날아가 버렸다. 산책길을 조금 벗어난 숲속, 딱따구리가 쪼아대던 나무둥치에는 동그란 구멍들이 수없이 뚫어져 있었다. 집게손가락이 2/3쯤 들어가는 걸 보니 깊이가 4~5cm쯤 되는 듯했다.
두 아들이 어릴 때 자취를 감추었던 천연기념물 딱따구리가 광릉 숲으로 돌아왔다는 뉴스를 보고 우리 식구는 망원경과 무비카메라를 싣고 만화에서 보았던 딱따구리를 만나러 그곳에 갔었다. 그날 온종일 찾아헤맸으나 딱따구리를 만나지 못했다. 대신 다양한 종류의 새들과 풀꽃만 카메라에 담아왔었다. 우리가 살던 서울 강남구 일원동도 대모산으로 둘러싸인 동네였다. 소나무 숲이 우거져 새들의 천국이었지만 딱따구리 소리는 한번도 듣지 못했다. 그렇게 까맣게 잊고 지냈던 딱따구리를 오늘 숲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지나칠 정도로 오밀조밀 꾸민 서울의 공원에 비해 캘리포니아의 공원은 자연을 최대한 살려 모든 생물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그래서인지 눈망울이 큰 사슴 가족을 자주 만난다.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들이 숲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지만 뱀이 많은 곳이라 들어가질 못한다. 그러나 이곳에는 다람쥐, 도마뱀, 거북, 독수리, 올빼미, 백로, 오리를 비롯한 수많은 새가 자유롭게 살고 있다. 이렇게 숲이 건강하니 딱따구리도 살고 있는 듯하다.
초당 15번 정도로 나무를 쪼아 구멍을 뚫고, 긴 혀로 나무에 해로운 벌레를 하루에 2,000마리 잡아먹는 딱따구리는 이로운 새로 불린다. 또 아름다운 빛깔 때문에 화가들의 그림에도 자주 등장하고, 시인들이 즐겨 노래하는 소재가 되기도 했다.
딱따구리 소리가 딱따그르르/ 숲의 고요를 맑게 깨우는 것은/ 고요가 소리에게 환하게 길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고요가 제 몸을/ 짜릿짜릿하게 빌려주기 때문이다./ 딱따구리 소리가 또 한 번 딱따그르르/ 숲 전체를 두루 울릴 수 있는 것은/ 숲의 나무와 이파리와 공기와 햇살/ 숲을 지나는 계곡의 물소리까지가 서로/ 딱,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김선태의 시 ‘딱따구리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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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서(전 소노마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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