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연주회 후, 어떤 외국인이 무대 뒤로 와서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은 큰 재능이 있군요. 당신이 받은 선물로 인해 나도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최고의 칭찬이다. 연주회를 마치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동을 전하러 일부러 찾아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 경우 개인적으로 아쉬운 연주였더라도 행복한 마음과 함께 다음을 기약하는 큰 힘이 된다.
대학 입학 직후였다. 이전에 출연했던 방송의 프로듀서가 당시 큰 인기를 누리던 대중밴드가 함께 연주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승낙하고 신나게 연습을 하던 중이었다. 아차, 학교에 어떻게 알려야 하지? 당시에는 환경이 적잖이 보수적이었던지라 걱정이 밀려들었다. 무슨 일이야 있겠어? 재미있는 일이잖아. 그렇게 당차게 생각하고 TV 녹화를 마쳤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이 나간 다음 날 내가 학교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천박하게’와 ‘품위 없이’였다. 무엇이 천박하고 품위가 없는 행동이었는지 물어보았다. 대답은 우습게도 대중밴드와 함께 연주해서였다. 그런 원색적인 비난은 신입생에게는 참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초대에도 불구하고 그 밴드의 다음 콘서트는 함께 할 수 없었다. 이후 무대에서는 ‘적당한 품위’를 지켰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새로운 무대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분이 내게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값지고 귀한 선물을 꽁꽁 싸매놓지 말고 모두에게 풀라고. 선물은 줬을 때 비로소 선물이 된다고. 그날 한참을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밴드의 멤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분은 한참을 말없이 듣고 있다가 이렇게 용기를 주셨다. “내가 화영씨를 처음 봤을 때 선이 곱고 아름답다고, 연주도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같이 연주를 하면서 당신 안에 있는 재능과 폭발적인 에너지는 내 안의 열정을 깨웠고 그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어요. 당신은 이미 최고의 선물입니다. 세상의 말에 흔들리지 마세요.“
사람은 누구나 선물을 가지고 태어난다. 다만 자신이 가진 선물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선물꾸러미를 가지고도 풀어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나는 가야금과 함께든 아니든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루하루 선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렇지만 올해는 내 작은 선물 보따리를 내가 일상에서 타인에게 받는 선물처럼 필요한 사람들에게 조금씩 더 나눠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손화영(가야금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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