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어렸을 적부터 난 유독 헤어짐을 싫어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부모를 떠나 미국에서 공부를 했고, 그동안 가족과 셀 수 없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다. 이젠 어느덧 이십대 중반이나 되었으니 헤어짐이 익숙할 만도 한데 미국으로 출국을 이틀 앞둔 오늘도 다시는 가족을 못 만날 것처럼 울었다.
사람과 헤어짐을 싫어하는 것도 모자라 정들었던 집을 떠나 이사를 할 때도 마음이 아프다. 내가 이토록 헤어짐을 싫어하는 이유는 슬픔이나 아쉬움도 있지만 두려움 때문인 것도 같다. 가족을 떠나는 순간 나의 편안한 생활이 바쁘고 고단한 생활로 바뀌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익숙해진 공간에서 새로운 곳에 정착해야 하는 두려움, 변화될 내 삶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이제부터 내 삶에서 헤어짐은 잦을 것이다. 한달 후에는 남편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뉴질랜드로 떠난다. 몇 달 후면 난 버클리대를 졸업하고 그간 정들었던 사람들, 집, 그리고 대학을 떠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원고를 마지막으로 ‘여성의 창’ 독자들과도 헤어진다. 나는 늘 정든 사람들과 헤어지지 않고, 삶에 큰 변화없이 사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럴수록 헤어짐을 피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것 때문에 가슴앓이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젠 헤어짐에 대해 슬퍼하고 두려워하기보단 헤어짐을 또 다른 기회로 생각하고 마주해야겠다. 친한 누군가와 헤어져야 할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다양한 사람과 폭넓게 사귈 기회라고 생각하고, 의지했던 사람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면 내가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믿기로 했다. 학생이란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삶을 불안해하기보다는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를 품고 나아간다면 한결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싶다.
엄마는 내가 공항에서 헤어지기 싫어 울 때 헤어짐이 있어야 만남도 있다고 늘 말씀하셨다. 그 말이 와닿기보다는 우울해하고 불안해하면서 엄마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속상해했다.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돌이켜보면 헤어짐이 무서워 놓친 기회들도 많았던 것 같다. 이제는 헤어짐을 기회로 삼아 나를 한층 더 발전시키는 발판으로 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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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최(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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