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난 식구들 앞에서 장난 삼아 북한 아나운서 흉내를 내곤 했다. “위대하신 김일성 수령님의 무궁한 영광에 감동하여…” 나중에 알고 보니 유명한 조선중앙방송 이춘희 아나운서의 흉내였다. 그래서 그런지 난 얼굴도 공부도 아니었지만 우리 부모는 내가 아나운서가 되길 바라셨다. 부모가 바라던 길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지만 그래도 난 행복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생태학자인 최재천 교수도 부모님이 의사가 되길 원했지만 의예과를 두번이나 떨어지고 서울대 동물학과에 입학했다. 대학4학년 때 미국 교수와 전국을 돌며 하루살이 채집에 나섰다. 돈을 떠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미국 교수를 보면서 본인도 그렇게 살고 싶어 유학을 결심했다. 아버지에게 1년치 학비만 대달라고 부탁을 하지만 자식 넷 중에서 누구 하나를 택해서 투자를 해야 한다면 적어도 너는 아니라는 아버지의 답을 들었다. 그랬던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둔 퇴직금으로 유학을 보내줬다. 죽어라 공부만 한 최 교수는 코스타리카 열대우림에 가서 비를 흠뻑 맞으며 행복감에 젖어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아버지 저 행복합니다. 비록 아버지가 원하는 길로 가진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 저는 행복합니다.”
부모가 반대를 했을 지라도 자식이 택한 길을 가면서 행복해 한다면 그게 곧 부모가 바라는 삶이 아닐까? 어느 부모이든 어렸을 적 꿈이 없었던 부모는 없을 것이다. 어찌하다 보니 부모가 되고, 부모가 되고 보니 자식들 잘되는 게 인생 최대의 꿈이 돼버렸다. 부모 인생만 놓고 봤을 때의 허망함이야 말해 뭐 하겠나.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과 많은 갈등을 겪으면서 산다. 그중에서도 자식과의 갈등은 견디기 힘든 상실감을 준다. 자식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때 부모는 그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해 보고 바람직한 판단을 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서로 상처를 주면서까지 자식이 원하는 길을 가로막는다면 부모 자식간의 골은 더 깊어지고 성공으로 가는 자식 앞길에 부모가 큰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설령 자식이 우겨서 가는 길이 순탄치 않을 지라도 부모는 용기를 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임을 잊지 말자. 뒤에서 응원해 주는 부모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식들에겐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최고의 힘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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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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