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목소리와 가장 가까운 소리를 내는 첼로는 언제 들어도 풍성한 저음이 묵직하면서도 우아하다. 모든 악기가 사람의 심금을 울리겠지만 가슴에 품고 연주해야 하는 첼로야말로 심장과 가장 가까이서 만들어지는 음으로 공감을 선사한다. 첼로 선율은 일반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지만, 한편 찬란한 색깔을 보여주는 첼로 곡도 있다.
엘가가 62세 때 작곡한 첼로 협주곡 E단조 작품85번은 다양한 색채로 인생과 사랑을 깊이 표현하고 있다. 이 훌륭한 협주곡에서 바이올린 못지 않게 냉정과 열정, 우아함과 생동감, 장중한 슬픔, 낭만적인 아리아풍을 모두 느낄 수 있다.
뜻밖에도 이 곡은 초연에 호응을 별로 얻지 못한 채 40년간을 잠자고 있다가 첼리스트 자클린 뒤프레에 의해 깨났다. 엘가의 친구이자 지휘자인 바비롤리가 그를 추모하는 뜻으로 뒤프레와의 협연 연주회를 열었다. 카잘스도 눈물을 흘렸다고 하며, 로스트로포비치는 이 소녀보다 더 잘 연주할 자신이 없다고 그후 이 곡을 레퍼토리에서 지워버렸다고 한다. 엘가의 첼로 협주곡은 뒤프레를 만나 명곡의 반열에 올라서서, 그녀가 없었다면 오래도록 비운의 걸작이 될 뻔했다.
뒤프레는 다섯살에 첼로를 시작해서 16세 때 런던 데뷔 연주회로 단번에 주목받았다. 그녀는 바렌보임과의 결혼과 주빈 메타, 핀커스 주커만 등과 교류하던 13년간의 연주생활 내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뒤프레의 엘가 협주곡을 듣노라면 마치 자신이 인생 후반에 희귀병에 걸리는 비운을 예고라도 하는 듯하다. 비애와 격정 가득한 선율이 그녀와 일체가 된 느낌이다. 곡의 비장한 클라이맥스처럼 그녀는 14년간의 투병생활을 끝으로 1987년 42세에 생을 마감한다.
젊은 시절의 남편 바렌보임과 협연했던 엘가의 첼로 협주곡도 역사적인 동영상이다. 첼로를 안고 활을 긋는 뒤프레를 보노라면 마치 한 마리의 표범이나 사자가 포효하는 듯하다. 그것에 비하면 바렌보임의 지휘 몸짓은 깡총거리는 토끼처럼 보일 뿐이다. 그가 아무리 당대 유명한 천재 지휘자로 힘차게 지휘봉을 휘젓고 있다 하더라도 .
뒤프레의 첼로 스트라디바리 ‘다비도프’는 그녀가 살아 있을 때 요요마에게 기증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요요마의 엘가 첼로 협주곡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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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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