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은 딸이 태어나면 딸사랑에 푹 빠지는 것 같다. 엄마의 사랑까지 모두 빼앗아 가는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프리몬트에 거주했던 분도 그런 경험을 들려줬다. 새로 구입한 SUV 차로 고속도로 운전할 때 차가 떠는 느낌이 들고 옆으로 엎어질 것 같아 불안하다고 남편에게 토로했더니 “당신이 운전을 못해서 그러는 거야. 방금 산 새 자동차인데 그럴 리가 없다”며 자신의 말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아 서운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후 대학에 다니던 딸이 집에 들렀을 때는 달랐다. 개스를 넣으려 주유소에 갔던 딸이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 차가 떨리는 것 같아요. 핸들을 돌릴 때면 더 심해요”라고 하자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거라. 아빠가 곧장 너한테 갈 테니까” 했다는 것이다. 딸이 한 그 한통의 전화로 그 아빠는 그 차를 바꾸고 다른 차를 샀다는 말을 들었다. 아내는 제쳐두고 딸만 더 걱정하는 아빠가 아닌가 싶다.
우리 딸이 중고등학교 다닐 때다. 학생에게 내주는 과학시간 과제물이 좀 특이했다. 계란 1알을 3층에서 떨어뜨려도 깨뜨리지 않게 포장해 오라거나 나무로 자동차를 조립해 고무줄을 이어 제일 멀리 가게 만들라는 것 등이었다. 그 숙제를 아빠와 딸이 함께했다. 계란 두 더즌을 들고3 층 건물 위에 가서 떨어뜨리다 다 깨진 적도 있다. 자동차도 딸보다 더 멀리 가게 만든 학생들이 있었다. 무조건 외우는 지식 습득보다 생각하며 탐구하는 교육을 중요시했던 그 시간 덕분에 딸은 아빠와 좋은 추억을 쌓았다.
또 하루는 알류미늄 깡통 30 개 이상 갖고 오면 점수를 올려 준다는 과제물도 있었다. 딸은 그 과목에서 이미 A를 받고 있었기에 구태여 점수를 더 가산할 필요는 없었다. A가 나오는 게 확실했는데도 집에 빈 깡통이 없어 숙제를 못해가니 공연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남편은 빈 깡통 30개를 만들어왔다. 도대체 어디서 이 많은 깡통을 구해왔을까 궁금해졌다. 남편은 새벽 일찍 일어나 쓰레기차가 오기 전 옆집, 앞집에 있는 재활용 쓰레기통을 열어 빈 깡통 30개를 모아 딸에게 준 것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남편을 넝마주이 거지로 보았을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처럼 딸을 위해주는 아빠가 있었기에 딸이 공부를 잘해 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사람들 앞에서 내 체면은 완전히 구겨졌지만.
<김명수(버클리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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