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 핫세가 나오는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을 처음 보았을 때 극중 인물이 부르는 OST에 깜짝 놀랐다. ‘What is a youth? Impetuous fire. What is a maid? Ice and desire(청춘이란 무엇인가? 격렬한 불꽃. 아가씨란 무엇인가? 얼음과 욕망)’ 노랫말과 목소리가 얼마나 감미로웠던지! 무도회 가면 속에서 숨죽이며 줄리엣과 숨바꼭질하던 로미오만큼이나 나도 그 가수에게 매료되어 넋을 잃었다.
그 시대의 훌륭한 영화음악은 영화 분위기와 어우러져서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 같다. 추억 속의 ‘닥터 지바고’, ‘대부’, ‘빠삐옹’ 등을 떠올리면 영화를 좋아하는 것인지 영화음악을 좋아하는 것인지 가늠할 수 없다. 흰 눈 깔린 벌판에서 지바고의 처절한 사랑을 표현하던 라라의 테마,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를 신비한 마피아로 격상시킨 ‘speak softly love’, 마치 스티브 맥퀸의 감방 친구라도 된 듯 따라 불렀던 ‘free as the wind’.
요즈음 영화에서도 좋은 OST는 주인공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듯하다. 캐러비안의 해적 잭 스패로우가 매력적인 해적이 된 배경에는 조니 뎁의 연기 이외에도 ‘He is a pirate’라는 음악이 한몫했을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의 비트 빠른 OST 덕분에 우리는 톰 크루즈가 아직도 삼사십대 몸으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
영화음악에서도 거장은 놀라운 일을 해낸다. 엔리오 모리꼬네는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지어서 영화 ‘미션’을 성공시키며 그 고매한 선율이 클래식 곡인지 영화음악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졸지에 ‘넬라 판타지아’까지 탄생시키며.
영화에 삽입되어 더욱 사랑받게 된 클래식이 있다. ‘쇼생크 탈출’에서는 교도소 확성기를 통해 ‘피가로의 결혼’중 ‘바람에게 --- 얼마나 달콤한 미풍인가’가 울려 퍼진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도 유대인 수용소의 주인공이 밤하늘에 ‘호프만의 뱃노래’를 띄워 보낸다. 절망과 척박함 속에서 흐르는 감미로운 여성 이중창은 독특한 감동을 자아냈다.
어느 FM 채널에서 뽑은 2018년 베스트 10 영화음악에 ‘보헤미안 랩소디’가 1위를 했다고 한다. 옛날에 퀸에게 빠져 이 곡을 즐겨 들었던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 같다. 이 곡이 왜 영화음악이란 말인가? 퀸이 만든 명곡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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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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