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부터 인천-프라하 직항 노선을 통해 입국하는 한국인 승객들은 대면심사없이 체코에 자동입국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곳을 방문하는 한국인수가 무척이나 많아진 까닭이다. EU 국가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이 혜택을 받는 나라가 되었다니, 한국인들이 체코의 풍광에 반했음이 틀림없다. 나도 그들 중 한사람인데 모라비아와 보헤미아 지방의 경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 나라는 뭔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체코 출신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은 들을 때마다 그 애절함이 무척 친근하게 느껴졌다.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입이 많았던 보헤미안의 선율과 글들은 마치 우리 고향이야기처럼 그윽하다. 한과 슬픔이 있고 그 가운데 경쾌함과 유머가 있다.
‘신세계교향곡’도 미국에 거주하면서부터 더욱 새롭게 다가왔다. 드보르작의 고국에 대한 향수와 아메리카에 대한 경외감을 구구절절 공유한다. 첼로협주곡에 이르기까지 그가 만들어낸 멜로디는 독특한 보헤미안의 정서로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다.
작가 카프카와 밀란 쿤데라도 체코 출신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써서 ‘참을 수 없는 무엇무엇의 가벼움’ 언어유희를 유행시킨 베스트셀러 저자가 음악학을 전공했었다니. 문학하는 사람들까지 보헤미안답게 섬세하면서도 신비하다.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은 처음엔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곡조일 것 같아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한번 듣자마자 다양한 빛깔의 선율이 선입견을 몰아내고 이 곡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두번째 교향시 ‘몰다우’는 무척 로맨틱해서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사랑한 국민음악가가 지은 ‘나의 조국’의 한 세션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 봄에 나도 자동입국심사를 받으며 체코를 다시 방문하고 싶다. 프라하 성 아래로 유려히 흐르는 몰다우가 지난번보다 얼마나 푸르러졌는지 살펴보리라. 스메타나의 첫번째 교향시 ‘비셰흐라트’를 들으며 고성 비셰흐라트로 옮겨간다면 멋질 것이다. 네번째곡 ‘보헤미아의 숲과 초원’에서는 체코의 시골마을을 거닐어야겠다. 파란 하늘 밑 보헤미아의 들판에서 그 곡조에 감싸인다면 내게도 어떤 꿈과 영감이 피어오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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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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