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고 있는 바느질 그룹 멤버들과 세번째 전시회를 한다. 이민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는 비영리단체 심플 스텝스가 주관한 첫번째 전시 ‘아티스트 맘’과 코리안 위크 행사의 하나로 총영사관에서 했던 ‘바느질로 그리다’, 이 두번의 전시에 이어 오클랜드 샌프란시스코 한인박물관에서 세번째 전시 ‘오래된 미래’ 를 하게 된다.
‘베이 스티쳐스’(bay stichers)라는 바느질 모임을 시작한 지 삼년이 넘었다. 베이 스티쳐스는 다양한 연령대의 베이지역 평범한 엄마들 모임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바느질’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같이 나누는 24명 멤버들은 각자 가진 능력들이 모두 훌륭해서 선생님이 전시를 기획하면 도록의 사진 촬영부터 편집, 전시회 전반의 모든 일들을 이들이 다 해결한다. ‘어벤져스’라 불리는 그들 덕분에 여느 전시회 보다 더 품격있는 전시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 바느질 ‘조각보’를 배워보고 싶었는데 한국에 살 때는 기회가 없어 아쉬워하다가 미국에 와서 조각보 작가 이미란 선생님을 만나 아름다운 한국 비단조각들을 모아 만드는 근사한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 옛날 엄격한 유교사회 안에서 밖으로의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던 양반집 여인들이 침선을 통해 여러가지 생활용품들을 만들던 것이 조각보의 시작이다. 한복이나 이불을 만들고 남은 천 조각을 잇고 수를 놓아 만든 여러가지 조각보 유물들을 박물관에서 보면 여성들에게 가해진 유교적 제약에 아름다움과 섬세함으로 항거한 옛 여인들의 고결한 저항을 느낄수 있다.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조각보들은 그 귀한 유물들의 작은 실밥 하나조차도 흉내내지 못하지만 땅 설고 말 설은 이곳 미국에서 한국 고유의 비단과 비단실로 바느질을 해 만든 소품들을 통해 내 주위 지인이나 외국인 친구들에게 작게나마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다.
할 줄 아는 게 겨우 바느질 하나인 나는 이 멤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수저 하나 얹듯 전시회에 참여한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그들이 준비한 훌륭한 전시회에 누가 되지 않으려 전시할 작품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만든다.
좋아하는 취미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참 행복하고 이들의 수고 덕에 또 한번의 좋은 경험을 하게 됨이 감사하다. 멋지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한 사람들과 하는 세번째 전시, 무르익는 이 봄처럼 설레고 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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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섬유조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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