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어느 의대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게 되었다. 아마추어 관현악단 중에서 특히 의대 오케스트라는 수준이 높다. 유명 바이올리니스트나 피아니스트를 초빙해서 협주곡으로 정기 연주회를 꾸리는 경우도 많다. 서울 의대 오케스트라는 어느 해인가 지휘자로 정명훈씨를 초빙했을 정도니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음악적 기량도 뛰어난가 보다.
서울 의대를 졸업한 정진우 교수는 1950년대에 음악을 위해 비엔나로 유학을 떠났고, 돌아와서 음대 학장을 역임하며 한국 피아노계의 대부가 되었다. 이분을 경이로움으로 우러러보며 학창시절을 지냈는데, 요즈음엔 이런 스토리를 드물지 않게 접한다. 지인 아들은 고교 때 그 유명한 아스펜 음악 캠프에 뽑혀서 음악을 전공하나 했더니 하버드를 거쳐 존스 홉킨스 의대에 진학했다. 음악을 담당하는 뇌와 공부를 담당하는 뇌의 위치가 비슷한 것일까? 꾸준히 훈련하는 좋은 습관 때문일까? 종종 듣는 소식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놀랍고 부럽다.
한국에서도 의대 가기는 무척 어려워서 서울 의대가 아니어도 모두들 고교 때 전교권이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첫 연습 때 만난 학생들 눈빛은 너무도 초롱초롱해서 음악 전공생들 이상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열정이 느껴졌다. 이네들의 학문적 기량까지 생각하면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 모여 있는 셈이다. 지휘자 말을 얼마나 잘 캐치하는지 두번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서 영리한 아이들을 지도하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한국은 대부분 의대들이 다시 의예과 2년과 본과 4년 과정으로 돌아갔다. 천국생활을 한다는 예과생은 앳되고 여유있어 보이는 반면, 본과생은 얼굴이 좀 누렇게 떠보였다. 해부학 실습을 금방 마치고 왔나, 교수님 수술 방에 들어갔었나, 나름 여러 가지 추측을 해보았다. 첼로와 플롯 주자 중에 배우처럼 예쁜 여학생도 있었다. 어느 그룹이나 몇 퍼센트의 미모가 있게 마련이지만 악기를 연주하는 의대생이 아름답기까지 하다니.
음악을 사랑하여 금쪽 같은 시간을 내고, 다른 악기들 소리를 들어가며 화음과 박자를 맞추고, 고운 선율을 함께 만들려 집중하는 모습들. 결국 한 학생 한 학생이 모두 한결같이 멋져 보였다. 문득 삭막할 수도 있는 의대 생활 중에 감성의 비를 담뿍 맞는 이 친구들은 장차 훌륭한 의사요 좋은 배우자가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보 의대 오케스트라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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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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