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비밀정보국의 수장이었던 파비안 에스칼란테는 2006년 ‘카스트로를 죽이는 638가지 방법’이란 책을 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에 대한 수많은 암살 시도를 막아낸 뒷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다. 영국 공영방송은 이 책을 바탕으로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하기도 했다. 대부분 미국 CIA가 쿠바 망명자들이나 마피아를 포섭해 벌인 실패한 암살 공작들이었다.
미국 정부와 CIA는 카스트로에 대한 암살 시도를 부인으로 일관했지만, 상당수의 공작들이 CIA의 소행이라는 것이 문서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2007년 비밀 해제된 CIA 문서는 1960년 카스트로를 독살하려 했던 암살시도가 CIA의 작전이었음을 사실로 확인해줬고, CIA가 쿠바 망명자들을 포섭해 카스트로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8차례의 공작이 1975년 연방상원 청문회에서 밝혀진 적도 있다.
적국의 망명자들을 포섭해 뒤에서 은밀하게 벌이는 미 정보기관의 과거 비밀공작 행태를 떠올리게 하는 첩보 활극이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벌어졌다.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2월 22일 주 스페인 북한대사관이 무대였다.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10명의 괴한들은 대사관 주재원들을 위협, 포박한 뒤 5시간 동안 대사관을 뒤져 컴퓨터, 휴대폰, USB 등 정보를 탈취해 갔다. 할리웃 첩보영화 ‘제이슨 본’이 연상되는 장면이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벌어졌던 이 사건이 세간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배후가 ‘천리마민방위’(현 자유조선)란 탈북자 관련 반북단체 조직원들이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고등법원 호세 데라 마타 판사는 이 사건 주모자로 애드리안 홍 창이라는 인물을 지목했다. 한국 태생의 멕시코 국적자로 알려진 ‘애드리안 홍 창’은 탈북자 단체 ‘링크’ 설립을 주도한 인물로 이번 사건을 주도한 반북 비밀조직 ‘천리마민방위’를 세운 인사다.
미 정보기관 개입설도 표면화됐다. 스페인 법원이 문서에서 홍 창씨 등이 북한대사관서 탈취한 문서를 건네기 위해 FBI와 접촉했다고 적시했는가 하면, NBC 방송도 이들이 문서를 FBI에 건넸다고 보도했다.
물론, CIA도 배후로 거론됐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는 이번 사건에서 신원이 확인된 괴한 2명이 CIA과 연계되어 있다고 보도해 의혹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특히, 이 단체는 지난 3월1일에는 ‘자유조선’이라는 이름의 임시정부 수립을 선언한 반북단체인데다 대표격인 홍 창씨가 과거 ‘천리마민방위’ 조직이 CIA 도움을 받았음을 시사한 적도 있다. 이들은 웹사이트(cheollimacivildefense.org)에 자신들을 탈북민의 조직이며, 행동으로 김정은 정권을 뿌리째 흔들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미 정부 개입 사실이 밝혀질 경우 북미관계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들이 해외활동 권한이 없는 FBI와 접촉한 이유는 의문으로 남아있지만 이들에게서 미국 정부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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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정책사회팀장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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