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토리노 박물관을 가면 시선을 끄는 ‘기회의 신 카이로스’ 조각상이 있다. 그 석상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내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이 나를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면 다시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며, 어깨와 발뒤꿈치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함이다. 나는 기회이다.”
기회는 어느 날 우연히 찾아와서 아무나 잡을 수 있는 행운이 아니다. 혹독한 가난을 딛고 성공한, 지금은 여든이 다 되신 분의 삶에 정답이 있다. 기거할 집이 없어 이슬을 피해 가며 바위틈에서 잠을 자면서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고, 한때는 너무 힘들어 집으로 내려가 쉬고 있는데 교장선생님이 가평까지 학교 수위를 보내 서울로 데려다가 장학생으로 졸업을 할 수 있게 해준 일화도 있다. 삶의 절박함으로 치열하게 산 학생이라 그런 기회를 준 거다. 그 나이엔 친구들 걸 얻어먹어도, 뺏어 먹어도 흉이 아닐진대 꼿꼿한 자존심에 소풍을 가도 계곡물로 허기진 배를 채울 지라도 친구들 먹는 곳에 기웃거리지 않았다. 어린 나이임에도 마음가짐이 곧고 구차하질 않은 것이다. 그때 배고팠던 기억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곳을 지날 때면 아픈 기억으로 떠오른다고 하신다. 그 정도로 가난했기에 대학을 포기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법대에 진학했다. 휴업과 학업을 반복하면서 졸업까진 긴 세월이 걸렸지만 우유 노점상을 하면서 학업을 이어갔다.
이때 기회가 온 것이다. 얼마 팔리지 않았던 우유가 때마침 낙농 장려정책으로 우유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게 되는 바람에 막대한 돈을 벌게 된 것이다. 그 밑천이 종잣돈이 되어 지금에 이르렀으니 그분의 일생을 돌아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아도 결국은 본인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부모를 탓하고 가난을 탓하며 원망의 세월을 보냈다면 값진 성공으로 이어질 기회를 잡지 못했을 거다.
누구에게나 분명 기회의 신이 부지불식간에 다녀간다. 내 앞에 와 있는 카이로스를 알아보질 못하고 준비되질 않아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쳐 버렸던가! 바람처럼 사라진 카이로스의 민머리를 보며 아쉬워 말고, 내 곁으로 또다시 오고 있을 기회를 잡기 위해 지금 이 순간부터 꿈꾸며 준비하고, 노력하며 기다리자.
<정윤희(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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