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큰아들이 나를 부를 때 엄마인 나는 목소리 톤으로 벌써 무엇이 필요한지, 무슨 이유로 저렇게 부르는지 대충 알아챈다. 누군가의 필요를 부르는 소리만으로 알 수 있다는 건 굉장히 부르는 이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혹은 사랑을 하거나…아무튼 필요 수단이건 조건의 수단이건 그런 상대가 되고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한국에서부터 음악평론을 해온 터라 소리에 민감하고 음악가와의 관계에 민감하고 또 글이 나온 순간에는 컴플레인에 민감해지곤 한다. 가족을 포함해 누군가와의 관계란 어렵고 불편하기도 하며 때론 가슴 떨리게 기대가 되기도 한다.
처음으로 여성의창에 글을 쓰고 있는 내 심정도 마치 플라자 호텔에 고운 수트 차려입고 선보러 나온 처자마냥 수줍고 가슴이 설렌다. 누군지 모르는 독자들과의 첫 관계가 참으로 떨리고 혹시 모를 여러 독자들의 생각 속의 컴플레인에 다시 한번 민감촉이 발동되는 순간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첫 만남은 언제나 그렇듯 설렌다. 워낙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앞으로 솔직한 나의 생각을 글을 통해 진솔하게 풀어낼 생각이다. 나이가 들고 인생의 사추기(思秋期)가 접어들면서 이렇게 관계라는 것에 만남이라는 것에 필요 이상의 예민함이 생기는 것은 이제껏 살아온 내 존재의 나름의 가치에 대해 평가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가 싶다. 잘 살아왔건 못살아왔건 현재의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은 내게 주어진 시간과 세월을 묵묵히 걸어온 수고와 고단함이 빚어낸 현재의 순간 일터… 어쩌면 내가 나에게 가장 인색한 평가기준을 들이대고 있을 수도 있겠다. 꽤 오랜 시간 누군가의 예술적 세계에 대해 평가하던 사람인지라 내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서는 묵인했거나 아니면 알 수 없는 남과의 비교의식 속에 끊임없이 자괴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연륜이라는 방패 속에 나를 잠시 숨기고 조심스럽지만 솔직하게 관계의 첫 단추를 끼워 보고 싶다. 서론이 참 길었다. 소문 많은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도 있다지만 본론 1장부터는 더 자유롭자고 더 솔직하자고 내 스스로에게 한번 더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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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욱씨는 피아노와 오르간을 전공하고 2009년 한국에서부터 현재까지 음악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Xrio’라는 이름의 앙상블을 이끌고 있으며 두아이의 엄마이자 주부로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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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욱(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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