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얼마 전에는 산호세 지역에 갑작스럽게 우박이 내려 놀라고 당황했었다. 운전 중이던 남편에게 전화해서 괜찮은지 확인도 했다. 그런데 걱정 많은 엄마와는 달리 9학년인 우리 딸은 친구들과 우박 영상들을 SNS에서 공유하느라 바빴다. 부럽고 보기 좋았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하며 미소를 지었다. 얼핏 눈처럼 보이는 우박은 기온이 따뜻한 산호세 지역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 신선한 행복을 안겨 주었다.
이번 비가 지겹도록 내릴 즈음, 이소라와 슈가의 ‘신청곡’이 화제가 되길래 찾아서 들어보았다. 신청곡은 학창 시절, 늦은 밤에 라디오를 들으면서 사연을 보냈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이 곡은 누군가의 위로가 절실한 밤, 라디오 DJ가 읽어주는 사연을 들으며 위로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우산’이라는 곡을 썼던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쓴 서정적인 가사는 요즘 비 오는 날씨와 어우러져 예전 추억에 잠기게 했다. “창밖엔 또 비가 와. 이럴 땐 꼭 네가 떠올라. 잠이 오지 않아.” 이소라는 내가 대학 시절에 좋아했고 인기 있었던 가수인데 그런 이소라와 지금 우리 딸이 그토록 열광하는 방탄소년단(BTS), 그중에서 또 유독 좋아하는 가수, 슈가가 피처링해서 화제가 되었다. 이 곡은 한국뿐만 아니라 발매 직후 ‘탑 200 싱글스’ 차트에 올라 여러 국가에서 1위를 휩쓸었다.
역시 K-팝과 BTS는 대단하다! 우리집에서는 BTS의 슈가가 함께 불렀다는 이유로 나와 우리 딸의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저녁 식사 후 부엌에 있는 작은 스피커를 통해 이 노래를 틀면 우리 둘은 말없이 흠뻑 노래에 빠져서 각자 흥얼거렸다. 젊은 시절의 아련한 추억과 고독이 몹시 그리워지는 이 노래를 엄마가 되어 고등학생인 딸과 들으면서 다른 세대지만 비슷한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새롭고 감격스러웠다. 40대 주부와 사춘기 소녀가 살짝 교차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사연 보냅니다. 가끔은 옆에 와서 설거지를 거드는 우리 딸과 함께 오늘은 이 노래를 듣고 싶습니다. 이소라의 신청곡! “Hey DJ play me a song to make me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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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씨는 한국에서 중등교사로 근무하다 2002년 미국으로 건너와서 2008년부터 실리콘밸리한국학교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교감으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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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실리콘밸리한국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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